돌아온 ‘홍대 마녀’ 오지은 “음악 금메달리스트와 작업… 이 정도면 은퇴해도 좋아”
입력 2013-05-15 17:31
‘홍대 마녀’ 오지은(32)이 정규 앨범 ‘3’을 들고 돌아왔다.
2007년 작사 작곡 편곡부터 음반 제작 배급까지 혼자 도맡아 1집 앨범 ‘지은’을 발표한 뒤 서울 홍익대 인디신(Scene)에서 가장 주목받아 온 여성 싱어송라이터. 20대 여성의 연애와 세상사에 대한 세밀한 감성을 담은 음악으로 앨범 발표 전에 선주문이 폭주할 정도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가수.
2009년 2집 발표 이후 4년 만인 14일 홍대 에반스라운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3집 앨범을 공개한 이 싱어송라이터는 이번에도 ‘믿고 듣는 오지은’이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타이틀곡 ‘고작’은 사랑이 끝난 뒤 돌아보니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됐나”하는 심정을 담은 곡이다. 쇼케이스에서 라이브로 이 노래를 부른 그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처럼 사랑의 비관적인 모습을 3부작으로 완결짓고 싶었다”며 “1집 ‘화’, 2집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와 함께 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앨범 제목도 ‘3’이란다.
그는 스윗소로우 멤버 성진환(32)과 4년째 공개 연애 중이다. 그래서인지 가사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은 깊어지고 태도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는 “누굴 만나 이해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나라는 인생의 도화지에 물감이 칠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앨범에 수록된 13곡의 노래는 저마다의 색깔로 반짝인다. 편안함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곡의 배열이 좋다. 연인 성진환과의 듀엣곡 ‘테이블보만 바라봐’는 뮤지션 이상순의 편곡으로 한결 더 듣기 편해진 보사노바 곡이다. 오지은은 “이상순씨가 연애를 한다면 숙맥 같이 테이블보만 바라보겠지 해서 만든 곡이었는데 몇 달 뒤 굉장한 분(가수 이효리)과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서울전자음악단’ 신윤철, ‘로다운30’ 윤병주, ‘낯선 사람들’ 고찬용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참여로 음반이 한층 더 풍성하고 다채로워졌다. 그는 “음악의 금메달리스트들과 작업하는 기분이라 영광이었다”며 “참여해준 분들의 면면이 너무 화려해서 이 정도면 은퇴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수록곡은 ‘물고기’다. 신윤철의 기타와 박지만의 피아노, 여기에 ‘못(MOT)’ 멤버 이이언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노래로 장장 8분34초의 대곡이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이의 두 사람 이야기를 담은 까다로운 노래”라며 “마치 깊은 바닷속 물고기가 천천히 헤엄치는 것 같은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