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가 언제 마카오로 옮겨왔지?

입력 2013-05-15 17:39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사랑과 낭만이 흐르는 수상(水上) 도시다. 야외 광장에서 열리는 가면무도회에서 낯선 경험을 하고, 오페라와 발레 등 각종 공연을 수시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을이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가하는 세계적인 스타들을 만날 수도 있다. 콧수염을 기른 뱃사공이 노를 저어 나아가는 곤돌라를 타고 호젓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베네치아만의 묘미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 ‘동양의 작은 유럽’으로 불리는 마카오에 가면 베네치아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비행기로 13시간가량 걸리는 베네치아 행이 지루하거나 어렵다면, 3시간30분 정도 걸려 도착하는 마카오 행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베네치아를 100%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이색적인 재미가 즐비하다.

마카오 카니발 공항에서 15분쯤 떨어진 곳에 2007년부터 들어선 베네시안 호텔과 홀리데이 인 코타이 호텔 등 초고층 호텔 빌딩 숲이 자리하고 있다. 낮에는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밤에는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입는 호텔 숲은 마카오의 명물이다. 해질녘이면 베네시안 호텔 앞 라군 광장에서는 축제의 향연(카니발)이 펼쳐진다. 베네치아에서 볼 수 있는 각종 퍼포먼스를 그대로 옮겨왔다.

익살스런 표정의 가면을 쓰고 유럽풍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관광객들에게 다가와 기념사진 촬영에 응한다. 관광객들은 마치 공주나 왕자가 된 듯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외발자전거를 타는 노신사, 타악기를 신명나게 두드리는 중년 여성, 통기타를 치며 관람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멕시코 출신 트리오, 즉흥 마술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젊은 마술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밤 9시가 되면 베네시안 호텔 건물 외벽에서 정통 이탈리아 테마의 환상적인 3D 사운드 조명 쇼 ‘마법의 마스크’(사진)가 시작된다. 유럽의 각종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영상이 비치는 가운데 남녀 오페라 가수가 귀에 익은 명곡을 들려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호텔 옆 건물에서는 와이어 줄에 매달린 2명의 무용수가 벽을 무대 삼아 발레를 선사한다. 아찔한 율동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카오에 대한 인상은 유흥과 환락의 도시라는 것이다. 이곳 타이파 섬과 콜로안 섬 사이 매립지인 ‘코타이 스트립’에 대형 호텔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카지노도 동시에 개설됐다. 호텔 숲 가운데 베네시안 호텔은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카지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국에는 털리기 때문에 너무 빠져드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 ‘CSI’ 마니아라면 근처 샌즈 코타이 센트럴의 쉐라톤 호텔에 있는 ‘CSI 체험 코너’를 둘러볼 만하다. 자동차 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하고, 한 여인이 호텔 근처에서 살해되고, 사막에 유골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사건 범인은 누구일까. 직접 수사관이 돼 3가지 사건 현장의 범인을 찾아내는 체험을 6월 15일까지 할 수 있다.

7월 1일부터 쉐라톤 호텔에는 미국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강자 드림웍스의 캐릭터들이 대거 몰려온다. ‘마다가스카’ ‘슈렉’ ‘쿵푸 팬더’ 등 애니메이션 주인공 캐릭터들을 실제로 만지고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는 이벤트가 시작된다. 폭죽을 터뜨리며 춤추는 쿵푸 팬더, 뒤뚱거리며 귀여운 웃음을 짓는 슈렉, 관람객들에게 애교를 부리는 마다가스카의 몸짓이 폭소를 자아낸다.

세 개의 건물이 연결된 샌즈 코타이 센트럴에는 600여개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쇼핑몰 중간 중간에는 녹색의 야자수와 그림 같은 폭포수가 배치돼 있어 ‘아이 쇼핑’의 보너스를 제공한다. 베네시안 호텔 내부엔 로마 바티칸 성당의 천장화를 보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모자이크 타일과 파스텔 톤의 색상이 어우러진 건축물 구조가 볼거리다.

게임, 쇼핑, 식도락, 공연, 오락 등 없는 것이 없는 각종 시설과 개인용 수영장, 실내 골프장, 테마 정원 등 쾌적한 공간을 갖춘 숙소가 파라다이스 같다. 마카오에는 물의 도시인 베네치아에 이어 빛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를 그대로 빼닮은 ‘더 파리시안’이 2016년 개장될 예정이다. ‘혁신’과 ‘호화’ 그리고 ‘환상’을 추구하는 마카오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마카오=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