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임기응변의 묘수

입력 2013-05-15 17:38


늘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며 이변을 몰고 오는 한국물가정보배가 9회를 맞이했다. 지난해 안성준 4단이 김지석 9단을 2대 0으로 꺾고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큰 화제를 모았던 물가정보배가 이번 대회에도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다.

물가정보배는 예선 토너먼트를 거쳐 선발한 10명을 비롯해 전기 4강 시드 4명(안성준 4단, 김지석 9단, 이영구 9단, 박정환 9단)과 후원사 시드 2명(조한승 9단, 박승철 7단) 등 16명이 4개조로 나뉘어 본선 리그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결선 8강 진출자를 결정한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본선 무대는 초반부터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이 속출했다. 랭킹 100위권 밖의 30대 기사로 예상외의 후원사 시드를 받은 박승철 7단은 첫 대국에서 랭킹 4위인 최철한 9단에게 멋있는 묘수를 보여주며 혼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또 이지현 3단은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두며 승전보를 알렸다.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은 변형 패자부활전으로 각조 1, 2위를 선발하는데 2패가 되면 탈락한다. 아직까지 강자들의 탈락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단판 승부에서 랭킹의 무색함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기보는 박승철 7단과 최철한 9단의 대국으로 중반 멋있는 맥점을 감상할 수 있다.

<장면도> 좌변에서 접전이 시작됐다. 흑은 1, 3으로 밀고 5로 꽉 이어 최강으로 버틴 장면. 다음 A로 단수 쳐서 한 점을 잡는 것과 B의 축을 노리고 있다. 백은 양쪽이 걸려 있는 상황인데 어떤 묘수가 숨어 있을까.

<참고도> 세 점의 축을 방비하기 위해 백1로 꼬부리는 수는 흑2로 끊어 백 한 점이 도망갈 수 없다. 3으로 나와도 4의 장문이 성립해서 잡히는 모양.

<실전도> 백1로 붙여간 수가 멋있는 급소. 흑2로 꼬부릴 수밖에 없을 때 그냥 3으로 이어가서 양쪽이 수습된 모양. 흑이 A로 세 점을 축으로 몰아가는 것은 1로 붙여놓은 수가 절묘하게 축을 방지하고 있어 안 된다. 흑은 어쩔 수 없이 4, 6으로 모양을 정비했지만 백은 7로 늘어 좌변의 흑을 포위할 수 있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