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한 ‘멋진 은퇴자’를 보며

입력 2013-05-15 17:17


지난 13일,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7년간 정들었던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의 실제 마지막 경기는 오는 20일에 있을 원정경기가 될 것이다. 이로써 1986년부터 ‘맨유’를 지휘했던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13회 우승, 잉글랜드 축구협회컵 5회 우승,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2회 우승 등의 대기록을 세웠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가 감독직에서 돌연 은퇴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처형을 잃고 상심한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둘째는 ‘챔피언으로서 물러나기 위하여’, 즉 ‘박수칠 때 떠나기 위하여’이다. 두 가지 모두가 너무나 멋있는 은퇴의 이유들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업적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기 위하여 명예롭게 은퇴하는 퍼거슨 감독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직장을 나서게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4월 30일, 국회는 2016년부터 적용될 ‘60세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을 통과시켰다. 정년 60세 규정은 오는 2016년 1월 1일부터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2017년 1월 1일부터는 국가 및 지자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또한 이 법률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하여 정년 60세를 의무조항으로 만들었고, 사업주가 근로자를 60세 이전에 내보낼 경우 부당해고로 간주하여 처벌하는 벌칙조항까지 달았다. 그런데, 이 법에 대한 세대간의 이해는 적잖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은 내심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결과, ‘복 받은 386세대’, ‘비운의 1983년생’ 등의 표현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년연장의 혜택을 보는 세대들은 정말 행복할까?

원래 은퇴는 자신의 일터에서 청춘을 헌신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보상을 하고자 마련된 제도이다. 이상적으로는 기업들이 은퇴자들의 그간 노고와 업적을 치하하며, 그들이 노후를 안락하게 보낼 수 있도록 넉넉한 노후자금(퇴직금)까지 마련해주어 가족과 함께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정상적으로는 정년연장에 대하여 은퇴예정자들부터가 반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급속한 고령화가 맞물려 오히려 은퇴예정자들까지도 정년연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즉, 노동의 기쁨을 즐기는 분들도 있지만, 지칠 대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가정의 달에, 특히 청년실업과 육아비용의 증가로 은퇴시점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자녀부양의 책임을 져야 하는, 그래서 ‘마음껏 쉴 권리조차 빼앗긴’ 이 땅의 부모님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감사를 전해보자.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엡 6:2)

<꿈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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