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여성 16% 남편 폭력에 시달려

입력 2013-05-15 15:01

[쿠키 사회] 제주에 온 이주여성 중 일부가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신고방법과 한국말을 몰라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 외사계는 지난 3월 11일부터 4월 30일까지 50일간 제주도내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정폭력실태 설문조사를 벌였다고 15일 밝혔다.

조사는 도내 이주여성 2058명 중 시내권 거주자 214명과 읍면지역 결혼이주여성 198명, 주거지 미확인 72명 등 484명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지는 베트남어 등 4개 국어로 작성됐다.

가정폭력 실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6%인 79명이 ‘경험했다’고 답했다. 수치는 제주시내(12%, 26명)보다 읍면지역(21%, 43명)이 2배가량 높았다. 폭행경험자의 77%는 2차례 이상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 결혼 후 거주기간이 3년 미만인 여성이었다. 고막이 터지고 이가 깨지는 등 신체부상 경험자도 41%나 됐다.

그러나 피해여성 중 경찰이나 상담센터에 신고한 경우는 42%에 불과했다. 절반이상인 58%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언어소통’ 때문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소극적인 대처에 불만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도 42%에 달했다.

개선 요구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상당수가 ‘경찰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응답자의 79%는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외사계장은 “농어촌 거주여성에 대해 가정폭력 교육을 강화하는 등 현장맞춤 지원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가정폭력으로 이주여성 20여명이 가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올 들어 지금까지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이주여성의 신고가 1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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