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부, 개성공단 자재반출 회담 제의… 日 내각 관료 18개월만에 북한 방문

입력 2013-05-14 22:01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매개로 새 정부 들어 세 번째 대북 대화 제의를 던졌다. 북한은 강경파 인민무력부장을 교체했으며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가한 한·미 연합훈련도 이날 끝났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각 관료가 방북했다. 북한이 대화 손짓을 보일 경우 새로운 기류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거부하면 현 경색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개성공단의 완제품 및 원·부자재를 반출하기 위한 회담을 북한 측에 제의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로 개성공단에서 우리 근무자들이 전원 철수한 지 열흘이 지났다”며 “북한이 각종 계약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식자재 반입마저 막아 철수하게 된 것을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온 완제품이나 원·부자재들을 하루빨리 반출해 기업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통일부는 북한 측에 이와 관련된 회담을 제의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즉각 오후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측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을 포함한 3명의 회담 대표가 나가겠다. 북측도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등 회담 대표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담 장소는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으로 하자고 했다. 김 대변인은 “회담 일정과 관련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 북측이 편리한 방법으로 우리 측에 답변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이지마 이사오(67) 특명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가 이날 고려항공편을 통해 평양에 도착해 김철호 북한 외무성 아시아국 일본 담당 부국장의 영접을 받았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지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당시 약 5년간 총리 정무비서관으로 근무했으며 2002년 9월과 200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1, 2차 북·일 정상회담에 관여했다.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총리 자문에 응하는 비상근 공무원으로 일하며 주로 북·일 관계와 관련한 물밑접촉 임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그가 주말까지 평양에 머물며 북측과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북한을 찾은 것은 2011년 11월 월드컵 축구 예선 응원단의 안전 확보 협의차 방북한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모규엽 이제훈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