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등 긴장 풀어주고, 민원인에 친근감 ‘마술하는 경찰관’ 신선하네∼

입력 2013-05-14 20:21

“마술 하나 보여드릴까요?”

지난 13일 밤 서울 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 김종주(34) 순경은 술을 마시고 시비가 붙어 지구대를 찾은 30대 남자들 앞에서 카드를 꺼냈다. 김 순경은 카드를 섞더니 똑같은 모양의 카드 두 개를 신기하게 뽑아내 보여줬다. 씩씩거리던 남자들은 “하나 더 보여 달라”며 차츰 흥분을 가라앉혔다.

김 순경은 동료들에게 ‘해리포터’로 통한다. 술에 취해 시비가 붙은 사람, 말다툼을 하다 지구대를 찾은 연인 등 굳은 표정의 방문객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표정까지 바꿔놓기 때문이다. 그의 특기는 카드 마술. 지구대에 왔던 사람들은 김 순경의 현란한 ‘솜씨’에 빠져 다툼을 잊고 합의를 하기도 한다.

마술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 최근 아동 실종에 대비한 사전등록을 받으러 하루 평균 2∼3명의 아이들이 지구대를 찾는다. 김 순경은 이때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준다. 그는 “등록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릴 때 어린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면 경찰관을 무서워하지 않고 지루해하지 않아 엄마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잠실지구대엔 또 한 명의 마술사가 있다. 김 순경에게 마술을 전수한 정병철(36) 경사다. 정 경사는 “처음엔 지구대 경찰관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시작했는데 지켜보던 민원인이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석 달 전부터는 아예 민원인들을 상대로 마술쇼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경사는 카드, 지폐, 손수건 등을 이용해 20가지가 넘는 마술을 구사한다. 요즘엔 마술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까지 다닌다.

정 경사는 “한번은 휴대전화 분실 신고를 하러 온 20대 여성에게 마술을 보여줬는데 신고 절차가 끝났는데도 계속 마술을 보여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마술 때문에 사람들이 경찰을 조금 더 친근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경사는 “때론 일은 안 하고 마술만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마술이 갈등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계속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박은애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