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한승주] 첫 낙하산 인사의 첫 기자간담회
입력 2013-05-14 19:56
1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평소 예술의전당 간담회와는 달리 취재진이 대거 몰렸다. 방송사 카메라도 여럿 설치됐다. 고학찬(66)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의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지난 3월 15일 취임 후 두 달 만이다. 고 사장이 올해 중점 사업들을 발표했지만 정작 그에게 쏟아진 질문은 ‘신상’에 관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첫 낙하산 인사인 고 사장은 ‘코드 인사’ 논란과 전문성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사장 임명 당시 그가 관장을 맡고 있던 윤당아트홀에서는 고(故) 육영수 여사의 삶을 다룬 뮤지컬 ‘퍼스트 레이디’가 공연돼 시비가 일기도 했다.
간담회를 연 고 사장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조그만 극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어떻게 큰 극장을 운영하느냐고 하는데 작은 극장을 운영하던 사람도 큰 극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내가 14대 사장인데 그동안 작은 극장이라도 운영해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족한 전문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단한 경력은 아니지만 제작 경험이 있다. 공무원 30년 한 사람보다 내가 나을 것이다. 기획력은 역대 사장 누구보다 나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고 사장이 발표한 사업은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전시행정 우려를 낳았다. 특히 당장 8월부터 하겠다는 영상 콘텐츠 사업은 엄청난 예산과 예술단체와의 저작권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동양방송 프로듀서 출신의 고 사장이 영상 1편을 만드는데 5000만원이 든다고 하자 주변에서 “40년 방송 전문가로서 정말 5000만원이면 된다고 보느냐”는 쓴소리도 나왔다.
고 사장은 평생 ‘왕따 인생’을 살아왔으며 왕따 인생을 즐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공연장 수장의 왕따 인생을 즐기겠다는 발언은 호기롭기보다는 불안해보였다.
문화부 한승주 차장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