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헬렌 켈러의 희망 메시지… EBS ‘다큐10+’
입력 2013-05-14 19:56
다큐10+(EBS·15일 밤 11시15분)
후쿠시마 사토시(51)는 어린 시절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돼 안질환으로 오른쪽 눈을 잃었고, 9세 때 왼쪽 눈마저 보이지 않게 됐다. 이어 19세 되던 해, 청력마저 상실한다. 그와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손가락 점자’였다.
어머니가 아들과 대화하던 중 답답함을 못 이겨 그의 손가락을 점자 타자기처럼 생각하고 두드린 것이 출발점이었다. 일반 점자 타자기와 같은 원리를 갖고 있지만, 점자 타자기처럼 자판을 두드리는 대신 말하는 이가 듣는 이의 손가락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치는 점이 다르다. 능숙한 손가락 점자 통역사는 통시 통역사처럼 빠른 속도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그는 1983년 시청각 중복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쿄도립대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이후 장애인 교육을 연구하며 마침내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교수가 됐다. 장애가 있는 것은 불편하지만, 그 삶까지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삶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그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최근엔 모교 초등학교에서 손가락 점자 특별수업을 진행했다. 어린이들은 귀에 헤드폰을, 눈에 안대를 쓰고 들리지도 볼 수도 없는 세상을 대신 느껴본다. 시청각 장애인이 됐다는 가정 하에 한 주 동안 일기를 쓰는 과제도 하게 됐다. 어린이들이 쓴 가상 일기에는 장애로 인한 좌절과 슬픔이 묻어난다. 이를 감지한 그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동양의 ‘헬렌 켈러’로 불리는 후쿠시마 사토시가 던져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보자.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