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자율협약 타결… 구조조정 고비 넘겨

입력 2013-05-14 18:59

STX그룹 구조조정이 큰 고비를 넘겼다. 채권단은 ㈜STX에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원을 포함해 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극적 합의했다.

이에 따라 STX는 물론 16일까지 긴급자금 1900억원이 필요한 STX중공업과 STX엔진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STX 채권단 소속 금융회사들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동의서를 제출했다. STX는 회사채 2000억원에 대한 결제대금, 이달 중 사용할 긴급 운영자금 1000억원을 수혈받게 됐다. 긴급 운영자금은 밀린 임금과 시설 유지비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자금 지원은 산은이 3000억원을 일괄 집행하고, 나머지 채권금융회사는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율협약에 참여한 채권금융회사는 산은(44.9%), 우리은행(25.7%), 농협은행(16.8%), 신한은행(8.8%), 정책금융공사(3.8%) 등 5곳이다.

그동안 일부 채권금융회사에서 회사채 결제대금을 대신 갚아주는 게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일부는 법정관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나 STX가 부도날 경우 경제·산업계에 끼칠 파장이 크다는 점 때문에 전격적으로 자율협약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역시 일단 STX를 지원하라고 채권단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STX의 자금줄이 열리면서 각각 1500억원과 400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한 STX중공업, STX엔진도 한숨 돌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은은 이들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자율협약 동의서를 오는 16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한 상태다. STX와는 달리 이들 회사는 비교적 재무상태가 양호해 자율협약이 무난히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STX는 오는 7월 20일과 12월 3일에도 각각 800억원,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급한 불은 꺼주기로 했지만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회사채 결제 대행을 해줄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