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차단 ‘남양유업法’ 만든다
입력 2013-05-14 19:05 수정 2013-05-14 22:18
새누리당이 ‘갑(甲)의 횡포’ 재발방지책으로 공정거래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도 본사가 대리점에 ‘밀어내기’를 강제할 경우 손해의 최대 3배를 보상토록 하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법안 제정안을 발의키로 했다. 정치권이 강력한 해법을 내놨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이제 걸음마 단계인 두 제도가 ‘만병통치약’처럼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밀어내기’ 하면 응분의 대가 치른다=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14일 국회에서 ‘대기업·영업점 불공정 거래 근절 정책간담회’를 열고 불공정한 갑을관계 해결 방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5가지 개선 사항을 반영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키로 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난 밀어내기, 금품요구 등을 포함해 공정거래법상 명시된 모든 불공정 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음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경환, 이주영 의원 등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원장 경선 후보자 4명이 모두 참석해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당도 이날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을 받아들여 대리점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도록 본사가 강제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대리점이 입은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새로운 법안 제정을 제안했다.
◇기업은 반발, 공정위는 난색=박근혜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하도급법에 반영했고, 집단소송제는 6월 국회에서 공정거래법상 일부 불공정행위(담합 등)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여당은 두 제도 모두를 공정거래법 전체에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야당은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발 더 나간 정치권의 행보에 기업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 주장대로 된다면 기업의 정상 거래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도 불공정한 갑을관계 개선은 필요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이라는 ‘큰 틀’을 건드리는 것은 과다입법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갑의 횡포는 작고 촘촘한 그물을 써도 되는데 성긴 그물을 쓰면 오히려 빠져나가기가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제도가 충분한 법리적 검토 없이 전면 실행될 경우 소송 남발, 판결 결과 반발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두 제도 모두 공정위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법원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유동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