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변신 서두르는 골프대회
입력 2013-05-14 18:49
프로골프대회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우선 선수입장에서는 거액의 상금을 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평소 닦은 기량을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상품가치를 팬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반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회를 통해 프로골프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표면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거액의 대회 비용을 대는 기업은 프로암 대회가 정작 선수들만의 대회보다 중요할 수 있다. 기업은 주요 고객을 프로암 대회로 모셔 프로선수와 동반 라운드 할 기회를 줌으로써 고객을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골프대회에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동원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인 셈이다. 가장 보편적인 테마는 ‘사랑과 나눔’이다. 특히 이 같은 테마는 골프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는 이점도 있다.
16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 투어 제17회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0억원)의 올해 주제도 ‘행복, 나눔’이다. 대회를 통해 조성된 버디 기금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기적의 도서관’에 도서를 기증하는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 갤러리들이 책 나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책을 대회장에서 기부한 갤러리에게 골프 대회 입장권을 제공한다. 대회는 또 사회공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주지역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선발해 육지탐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SK텔레콤은 대회 갤러리 경품으로 ‘9월 US오픈 최경주 일일 캐디권’을 내걸었다. 행운의 주인공에게는 미국 왕복항공권과 US오픈 전 라운드 관람권, 연습라운드 중 하루 동안 최경주의 캐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여자프로대회의 기세에 눌려 고전하고 있는 KPGA도 흥행을 위해 프로대회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부터 갤러리 가운데 1명을 뽑아 우승자와 동반 라운드 할 기회를 준다. 팬들이 보기에는 흔한 골프대회일 수 있지만 그 안을 비집고 들여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욕심, 행운, 나눔, 사랑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