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숫자 도발’… 96번 유니폼 이어 이번엔 731 훈련기
입력 2013-05-14 18:43 수정 2013-05-15 00:40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우익 성향 유권자 표심을 잡으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숫자정치’를 하고 나섰다. 특히 아베 총리가 언급한 숫자가 주변국의 심기를 적잖이 건드리는 내용이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치·외교 전문 정보지인 넬슨리포트는 14일 아베 총리가 등장하는 한 장의 사진을 문제 삼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12일 아베 총리가 동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의 항공자위대를 방문했을 당시 찍힌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항공자위대 곡예비행단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앉은 비행기의 편명을 가리키는 숫자가 731이었던 것. 731부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균을 통한 인간 생체실험 등으로 악명을 떨쳤던 부대다. 넬슨리포트는 “731이라는 숫자가 부각된 이 사진은 마치 독일 총리가 재미로 나치 친위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는 것과 동급”이라며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숫자’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에는 국민투표 발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96조 개정을 위한 메시지를 담아 등번호 96번이 달린 야구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하시모토 도루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가 13일 위안부 강제동원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파문이 일자 일본 정부는 선긋기를 하며 수습에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과 관련, “야당 대표 발언이긴 하지만 필설로 다 하기 어려울 만큼 괴로워하는 사람에 대해 마음아파하고 있고 아베 내각도 역대 내각과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하시모토 대표는 트위터에 “남자에게 성적 욕구 해소가 필요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미국은 공창제도를 부정하지만 미군기지 주변에 풍속업이 성행했던 것도 역사적 사실”이라며 ‘소신’을 재확인했다.
일본의 잇따른 역사 관련 도발에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731부대의 만행은 여전히 아시아 이웃나라의 현실적인 위해를 조성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하시모토 대표의 위안부 발언은 여성 존엄에 대한 모독이며 상식 이하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