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기자 100여명 사찰… ‘오바마 게이트’로 번지나

입력 2013-05-14 18:44 수정 2013-05-14 22:18

최근 정치적으로 첩첩산중에 갇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AP통신 및 미국 언론들은 13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AP 기자와 에디터 등 100여명의 통화기록을 확보해 사찰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법무부는 AP에 할당된 전화선 20여개의 2012년 4∼5월분 통화기록 두 달치를 입수했다. 해당 기록은 이 통신사의 워싱턴·뉴욕·하트퍼드 사무실 전화, 공화당 기자실 AP기자석 전화, 정부 기밀 정보를 보도한 적 있는 기자들의 개인전화 내역이다. 이 기간 100여명의 AP 소속 언론인이 해당 전화선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AP 기자들의 취재원 명단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외에도 교환 전화와 공용 팩스까지 뒤졌다.

개리 프루트 AP 최고경영자(CEO)는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런 광범위한 사찰에 타당한 이유가 있을 수 없다”며 “이 기록은 잠재적으로 정보 수집을 위한 비밀 취재원들과의 대화 내용을 드러나게 할 것”라고 밝혔다. 프루트는 또 입수한 정보를 돌려주고 사본은 즉각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AP는 지난해 5월 중앙정보국(CIA)이 알카에다의 테러 계획을 사전에 봉쇄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에는 존 브레넌 CIA 국장조차 “연방수사국(FBI)이 내가 AP의 정보원이 아닌지 물었었다”고 밝혔다.

미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세무조사 파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13일 제이콥 류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스티븐 밀러 국세청장을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역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제2의 워터게이트”라고까지 주장하는 실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대로 보수단체를 표적으로 한 세무조사가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outrageous)”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서 가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IRS가 어느 정당에도 치우치지 않게 법 적용을 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RS는 이 사건과 관련, 지난 10일 “실수가 있었으나 의도는 아니었다”며 공식 사과했으나, 이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IRS가 작정하고 티파티 등 보수단체들을 세무조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이름에 ‘티파티’, ‘9/12 프로젝트’(보수논객 글렌 벡이 주창한 것으로 9·11 테러 직후의 단결된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운동), ‘패트리엇’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단체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내용이 드러나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외에도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일어난 주재 대사 피살 사건의 진상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CIA의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수정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