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스페인 여성들 “난자 팝니다”
입력 2013-05-14 18:45
고교 시절 모델로도 활동했을 만큼 미모를 자랑하는 모니카 캄포스(34·여). 스페인 바르셀로나 외곽에 살고 있는 그녀는 남편 에두아르도의 중고차 판매 사업이 부진해 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은행이 자신의 집을 처분하겠다고 통보하자 굳은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난자 기증을 통해 돈을 버는 것. 난자를 수집하는 카탈로니아 생명윤리위원회가 그녀에게 시간과 불편함을 감수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1000유로(약 143만원)라는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기침체에 구제금융까지 받고 있는 스페인에서 젊은 여성이 난자를 팔거나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에서 금지된 대리모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독일의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스페인은 지난 1월 실업률이 26.6%로 그리스(26.8%)에 이어 유럽 내 2위를 기록 중일 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젊은층의 실업률은 5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잡지는 캄포스의 경우를 예로 들어 난자 기증의 심각성을 폭로했다. 시간을 뺏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지불하는 돈이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인공적인 난자 채취는 여성의 몸에도 무리가 가기 때문에 난자 기증은 법적으로 6번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캄포스는 2년간 벌써 14차례나 했으며 이를 통해 적어도 1만 유로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녀의 몸을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뿐만 아니다. 이들 부부는 자영업자로 등록돼 있어 실업수당을 신청해서도 안되지만 버젓이 한 달에 640유로나 되는 가족실업수당을 받고 있다. 그녀는 “돈이 절실히 필요했고 은행이 담보권을 실시하겠다고 위협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실업수당을 받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 독일 출신 40세 여성의 경우 스페인에서 대리모가 기증한 난자를 이용해 남편의 정자와 인공수정을 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에서는 대리모를 통한 인공수정이 불법이다.
난자 기증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과배란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호르몬은 여성의 몸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캄포스의 경우도 난소에 이상이 생겨 결국 더 이상 난자가 생산되지 않았다. 복부팽만으로 섬유근육통까지 생겨 의학적으로 신체의 51%는 불구라는 진단까지 받았다. 그녀는 최근 미국에서 온 부부로부터 11만 유로에 대리모를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캄포스는 “부자커플이 내게 살 곳을 주기만 한다면 대리모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