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스트레스 준다” 아버지·누나 청부살해

입력 2013-05-14 18:45

중국에서 대입 학력고사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를 불과 26일 앞둔 고교 3년생이 자신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누나를 청부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새벽 2시쯤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시 젠안(建安)로에 있는 정원이 딸린 2층짜리 복층 빌라. 저우커우시 루이(鹿邑)현 인민법원 원장을 지내고 지금은 저우커우시 중급인민법원 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가오톈펑(高天峰·49)씨의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고 개가 크게 짖었다. 옆집 사람이 밤중에 개 짖는 소리가 심상치 않아 2층 베란다에 나갔다 정원 담을 넘어 도망가는 두 사람을 목격했다. 그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허난성 성도인 정주에서 발행되는 정주만보(鄭州晩報)에 따르면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검거된 범인 2명 중 한 명이 숨진 가오씨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경찰은 달아난 나머지 1명을 뒤쫓고 있다. 아들은 허난성 뤄허시에 있는 한 고교에 다니고 있었다.

가오씨는 딸에게 아들의 공부를 돌봐주도록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딸(28)은 동생에게 아주 엄격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와 누나가 주는 부담을 견디지 못한 아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들을 살해할 청년 2명을 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 11일 밤 공범 2명과 함께 먼저 누나를 살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집안에 있던 칼을 범행에 사용한 뒤 강도 살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현금과 귀중품 등을 갖고 달아났다. 가오씨 집 부근에 설치된 CCTV에는 이날 새벽 2시16분쯤 모자를 쓴 청년 두 명이 담을 넘어 가오씨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사건 당시 어머니는 베이징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하느라 집에 없어 화를 면했다. 지난 12일은 중국의 ‘어머니 날’이었다. 이날 낮 집에 도착한 어머니는 “어머니날에 아들로부터 받은 선물이 이처럼 엄청난 것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중국에서도 부모가 ‘가오카오’를 위해 자녀에게 상당한 부담을 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곤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