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30분∼10시경 성추행했다더니… 美 경찰보고서는 왜 다를까
입력 2013-05-14 18:34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과 관련, 미 워싱턴DC 경찰당국의 보고서 주요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일 워싱턴DC 경찰의 사건보고서에 따르면 성 추행은 백악관 인근의 ‘W 워싱턴호텔’ 바에서 오후 9시30분∼10시에 발생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하지만 운전기사와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술자리는 오후 9시30분부터 11시45분까지 1시간45분간 이어졌다. 1시간15분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 그리고 실제 엉덩이를 ‘잡는(grabbed)’ 성추행은 오후 11시30분 이후 운전기사가 차를 대기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로비로 나가던 도중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간 차이가 많은 데 대해 피해 여성 인턴 A씨가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진술하다 보니 시간이 헛갈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는 A씨가 심야까지 남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점을 공개하기 꺼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특히 윤 전 대변인도 지난 11일 서울에서 자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건보고서에 적시된 대로 ‘30분간 화기애애하게 얘기했다’고 한 바 있다. 결국 2시간 가까이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보다는 30분간 마셨다는 게 자신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자 진실과 상관없이 사건보고서의 내용을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성추행 신고 접수 시간도 다르다. 경찰 보고서에는 8일 오후 12시30분에 전화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주미 대사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쯤 경찰에 신고됐다. 이에 대해 워싱턴 경찰 당국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 등이 고려돼 공식 신고접수 시간을 늦추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여성 인턴의 숙소인 페어팩스호텔에 출동한 경찰은 피의자가 한국 정부의 대변인으로 드러나자 미 국무부에 통보했고 국무부는 다시 주미 대사관에 이 사실을 알렸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