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21억 ‘주인 없음’ 결론

입력 2013-05-14 18:12

검찰이 지난 2월부터 주인 찾기에 나섰던 ‘현대 비자금’ 121억원이 결국 국고로 귀속됐다. 사건과 관련 없는 제3자가 “내 돈이 맞다”며 환부 청구까지 냈지만 허위 주장인 것으로 드러났고, 진짜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오늘로 압수물건 환부 청구 기간이 만료됐다”며 “절차를 거쳐 국고에 납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은행에 보관 중인 121억원은 공판3부 검사의 지휘에 따라 15일 0시 안전행정부가 관리하는 국고 계좌로 송금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15일자 관보에 현대비자금 사건 압수물 환부 청구 공고를 냈다. 압수 물건 관련 피의자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이었다.

환부 받을 대상자는 ‘불상’으로 나왔다. 압수물은 현금 36억5861만원, 자기앞수표(71매) 43억6975만원, 주택채권(415매) 41억2500만원 등 모두 121억5337만원에 달했다. 형사소송법 제486조 2항에 따라 공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환부 청구를 하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하도록 돼 있다.

이 돈은 금액의 규모도 크지만, 1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북 불법송금’ 사건과 거물 정치인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애초부터 돈의 주인이 등장하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문제의 비자금을 생성한 쪽이나 자금 관리자, 받은 것으로 지목된 사람 모두 권리를 주장할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초쯤 서울중앙지검 형사증거과에 압수물 환부 청구서가 접수됐다. 한 사람이 찾아와서 “내 돈이니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121억원을 압수한 주체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청구서를 검토한 뒤 당사자에게 소명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 결국 ‘무모한’ 청구는 지난달 말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상한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이 사람의 연령대나 성별, 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예민한 사안”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2003년 대북송금 수사를 벌이다 현대그룹 돈 150억원이 박 의원에게 건네진 정황을 포착했고, 중수부는 사건을 넘겨받아 박 의원을 기소했다. 비자금 세탁·관리를 맡았던 무기거래상 김영완씨는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대리인을 통해 150억원의 일부인 121억원을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06년 박 의원의 150억원 수수 혐의에 무죄를 확정하면서, 검찰이 압수한 121억원은 실체는 있으나 주인은 없는 돈이 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