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조세피난처 비자금 베일 벗나

입력 2013-05-14 18:10

박근혜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에서 핵심인 역외탈세 추적이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국세청은 미국·영국·호주 국세청과 탈세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는 최근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 조세피난처를 대상으로 공동조사를 벌였다.

이들 국가가 확보한 탈세 정보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보유한 내용보다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이나 자산가 등이 해외에 은닉한 재산을 찾는 데 ‘날개’를 단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14일 “최근 미국 영국 호주가 확보한 조세피난처 자료를 공유하기로 합의하고 우리와 관련된 정보 공유를 위한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국세청(HMRC)은 지난 9일 홈페이지에서 미국 국세청(IRS), 호주 국세청(ATO)과 함께 자체적으로 역외자산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들이 확보한 자료는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쿡제도 등 대표적 조세피난처와 관련된 것이다. 자료는 400기가바이트(GB) 분량으로 ICIJ가 보유한 자료(260GB)보다 방대하다. 특히 국세청은 대부분 조세피난처가 영국·미국령인 만큼 이들 국가에서 확보한 자료가 ICIJ보다 상세하고 정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CIJ 발표로 조세피난처에 대한 국제적 조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국세청은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자체 조사역량이 부족해 외국 기관에만 의지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에 3개국과 정보 공유에 합의함에 따라 국세청은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게 됐다. 이미 ICIJ가 자신들이 확보한 자료에 다수의 한국인 이름이 있다고 확인해준 만큼 국세청이 3개국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해외 은낙재산 확인·추적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세청은 공유할 자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언제 우리가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러나 정보 공유에 합의한 만큼 관련 자료가 오는 대로 우리가 가진 정보 등과 함께 종합 검토해 탈세 여부를 판단하고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즉각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또 2011년부터 실시해 온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