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어떻게 변하나…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449만원 이하면 부양의무 면제
입력 2013-05-14 18:10 수정 2013-05-14 22:12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서울 정릉동의 김모(64)씨.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매달 생계 및 주거급여 40여만원과 의료비를 지원받아온 그는 지난 2월 부양의무자인 아들(44)의 수입이 드러나면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아들의 수입은 월 150만원 안팎. 김씨는 “아들이 한 달에 50만원 정도를 내게 부치고 남은 100만원으로 근근이 산다”고 말했다.
내년 10월 기초생활보장제가 개편되면 수입이 적은 김씨 아들은 부양의무가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이 대폭 상향 조정돼 1인 가구인 김씨 아들의 경우 수입이 월 199만원을 넘지 않는 한 부양 의무를 거의 지지 않아도 된다. 기존의 기준은 142만원이었다. 김씨는 수급자로 재선정돼 생계·의료급여와 함께 다세대주택 월세 5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되면=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2000년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는 ‘전부 혹은 전무(all or nothing)’의 통합급여 원칙을 고수해 왔다. 소득이 최저생계비(2013년 4인 가구 기준 월 154만6399원) 이하인 가구는 7가지 급여(생계·주거·의료·교육·자활·해산·장제)를 패키지로 일괄 지원받고 기준선을 넘어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모든 혜택이 박탈된다. 이런 방식은 일 안 하는 수급자와 일하는 탈수급자의 소득이 역전되는 문제를 낳았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맞춤형 개별급여는 7가지 급여에 대해 최저생계비라는 단일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급여별로 다른 기준(중위소득의 30∼50%)을 정함으로써 소득역전 문제를 해결했다. 수입이 많아져 생계급여에서는 탈락하더라도 의료·교육 같은 기타 급여를 유지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대폭 완화키로 했다. 올해의 경우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은 현행 월 392만원(4인가구가 1인가구를 부양할 때)에서 월 449만원으로 60만원 가까이 인상될 전망이다.
◇사각지대 해소될까=개편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손병돈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별급여 방식은 기초생활보장제 안에 안주하려는 빈곤층의 근로의욕을 높여 탈수급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의 핵심인 현금 급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7가지 급여 중 현금으로 통장에 입금되는 것은 생계 및 주거급여 두 가지. 개별급여로 바뀌면 이 중 주거급여(4인 가구 24만4356원)는 바우처 등 현물로 지급된다. 4인 가구라면 지급받는 현금이 월 126만원에서 102만원으로 24만원 깎인다는 뜻이다. 그나마 집을 소유한 약 15%의 수급자는 현물도 받지 못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주거급여가 현물로 지급되면 결과적으로 통장에 찍히는 현금은 줄어 기존 수급자의 경우 생활수준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양의무제 때문에 가난해도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약 117만명. 반면 이번 개편으로 구제되는 숫자는 최대 15만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서병수 빈곤문제연구소장은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은 월 500만원 이상, 즉 중산층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부양 의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올려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