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 15만원 넘은 우리나라 가구당 통신비

입력 2013-05-14 17:41

이동통신사 독과점 깨야 거품 뺄 수 있다

대다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끼고 있다. 공짜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와이파이존이 지하철이나 공공장소 등 곳곳에 늘어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펑펑 남아도는데도 통화와 문자, 데이터 등 패키지 요금제로 묶어 최소 월 3만4000원에서 10만원 이상 내도록 하는 것은 이동통신사들의 지나친 횡포라고 생각한다. 실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요금제에 포함된 무료통화의 30%, 무료 문자메시지의 70%를 매달 쓰지 않고 버린다는 통계도 있다.

통신비 인하는 역대 정권마다 뜨거운 감자였다. 이동통신 가입자수가 5000만명을 넘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데다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비중은 2009년 기준 4.4%로 멕시코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가계통신비 비중은 2009년 말까지 줄어들었다가 스마트폰 등장 이후 다시 늘어나 7%에 달한다.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5만원을 넘었다.

대선공약으로 가입비 폐지와 반값 통신비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어제 통신비 인하 대책을 내놨다. 9월부터 우체국에서도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보다 요금이 20∼30% 싼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알뜰폰 유통경로를 넓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대기업의 최신 고가 스마트폰을 이길 만큼 알뜰폰이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현재 3%에 불과하다. 세제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최신 스마트폰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구조 하에서 소비자들은 기존 이동통신사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가입비를 3분기 중 30% 인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5년 완전 폐지키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설비투자분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가입비를 챙겨왔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반값 통신비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긴 무리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야 한다. 지금처럼 통신 3사가 비슷한 가격과 서비스로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통신비 인하는 요원하다. 더 많은 사업자들이 나와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되는 이유다.

연 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붓는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이동통신사들은 고가 스마트폰을 내놓고, 과다한 보조금을 얹어 할인해 파는 것처럼 눈속임 영업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그런데도 불법 보조금 경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불법 보조금에 대한 과징금 상한액을 매출액의 1%에서 2%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과징금 부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보조금을 근절하고, 통신비 거품을 빼려면 형사처벌로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