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창중 사태 청와대 초기대응 진상 밝혀라
입력 2013-05-14 17:38 수정 2013-05-15 01:00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청와대가 아직도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건 발생 7일째인 14일까지도 윤 전 대변인의 조기 귀국, 사건 발생 후 26시간이 지나도록 대통령이 몰랐다는 늑장보고, 조기 귀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는 안이한 대응 등의 진상에 대해 청와대는 함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주미 한국 대사관의 조사 결과도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 문제점들을 다 분석했을 텐데 왜 국민 앞에 그 전말을 밝히지 않는가.
윤씨는 지금도 자신에 대한 청와대의 언행을 반박하면서 국가 명예를 훼손한 처신에 대해 이런 저런 거짓말과 변명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가 자신의 조기 귀국이 청와대의 음모라는 듯이 물귀신 작전을 구사하는 것은 청와대가 반박의 빌미를 제공한 탓도 크다. 성 추행에 대해서는 미국 경찰이 수사 중이므로 청와대가 왈가왈부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윤씨의 귀국 비행기표를 누가 예약했고, 누가 조기 귀국을 결정했는지 등은 풀어줘야 할 궁금증이다. 특히 그의 조기 귀국 배경에 대해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씨가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벌이는 데도 청와대가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시중에는 “청와대가 뭔가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여러 정황을 보면 청와대의 누군가가 그의 조기 귀국을 결정했거나, 청와대가 적어도 조기 귀국을 막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12일 기자들을 만나 ‘귀국 종용’ 논란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어 특별히 따질 일이 없다”고 말해 이런 판단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윤씨의 도피를 도왔다면 그 행위는 미국 실정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청와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에 당당히 맞서기는커녕 윤씨와 미국 사법 당국에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윤씨의 혐의점을 하나씩 언론에 흘린다거나 밝혀서는 안 될 사안을 언급하는 등 위기를 모면하는 데 급급해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곽 수석이 “정부가 미 사법 당국에 신속하게 윤씨 사건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범죄인 인도까지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윤씨의 행동이 인도 대상 범죄인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또 미국이 인도를 요청하더라도 인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청와대가 아니라 법원이다. 더구나 윤씨의 조기 귀국을 종용하거나 방관했던 청와대가 이제 와서 범인 인도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일이 생기면’ 관련자를 문책할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부터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를 당장 문책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기강이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