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버려진 유기견… “새 주인 사랑 기다려요 멍! 멍!”
입력 2013-05-14 17:06
“멍! 멍! 컹! 컹! 저는 주인한테 팽(烹)당해 길가에 버려졌던 견공이랍니다. 이곳 보호시설에서 잠시 지내고 있지만 철창생활이 지겨워요. 빨리 새 주인을 만나 예전처럼 산책도 다니고 가족의 사랑도 듬뿍 받고 싶어요.”
동물사랑실천협회 서울 답십리 케어센터에 낯선 사람이 들어서자 ‘홍만이’가 앞발을 들고 우리 상단의 작은 틈으로 얼굴을 내밀며 짖어댄다.
홍만이의 원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대부분의 유기견과 마찬가지로 홍만이도 이곳에 와서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기운이 너무 좋아 이종격투기 최홍만 선수의 이름을 따왔는데 자신의 이름이 아직 낯선지 사람들이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때가 많다.
입양센터에 구조되어 온 유기견은 대부분 병이 걸려 있다. 버려져 씻지를 못해 피부병은 기본이고, 학대 등으로 외상이 심한 경우도 많다. 이런 외상보다 더 심각한 건 심리적인 문제들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육체 및 심리치료를 받는다. 치료를 마친 유기견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린다.
홍만이의 경우는 아직 새 가족을 찾지는 못했지만 운이 좋은 편이다. 동물사랑실천협회나 동물자유연대는 유기견이 입양될 때까지 돌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예산 등의 이유로 열흘이 지나도록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를 시킨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밝힌 ‘유기동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2년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기동물은 9만9254 마리에 이른다. 이중 27.4%만이 입양되었다.
동물자유연대 윤정임(38) 국장은 “유기동물 입양도 중요하지만 동물을 버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동물을 구입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합니다”라며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유기견을 입양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순히 연민의 정으로 입양을 할 경우 파양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버려졌던 동물들에게 파양은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경우 수명은 대략 15년 정도이다. 따라서 입양 전에 가족의 동의, 경제적 여건, 주거환경, 동물의 나이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입양센터 역시 입양절차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입양의 외형이 커지는 것과 함께 올바른 입양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