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이력서를 써보자

입력 2013-05-14 17:41


며칠 전 모 재단에서 중소기업 코칭을 의뢰하면서 나의 프로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이력서를 착실히 정리해왔기 때문에 컴퓨터를 열어 바로 자료를 보냈다.

과장 시절에 선배가 “매년 이력서를 써봐라. 그러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그 때부터 해마다 이력서를 작성해 보관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력서를 쓸 때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떠한 성과를 냈는지, 얼마나 역량이 개발되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좋은 결실을 맺고 자기계발을 열심히 한 해는 뿌듯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특별히 추가할 내용이 없는 해에는 반성과 함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나의 경험을 전파하고자 후배들에게도 이력서를 쓰면서 자신의 가치를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학습이 필요한지 등 실제 이력서를 써본 후배들도 자신의 현주소를 인식했다. 그런 다음 어학, 마케팅, 재무 분야 등 목표를 세워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새롭다.

2년 전 25년간 몸담아왔던 그룹에서 갑작스럽게 퇴임통보를 받았다. 아직 내가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했던지라 당황스러우면서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매년 써서 보관해 놓은 이력서를 보는 순간, 감사한 마음과 함께 또 다른 도전이 나를 자극했다.

인재육성에 남다른 투자를 하는 회사가 다양한 교육을 받게 해준 것이 더없이 고마웠다. 게다가 교육 내용을 현업에 적용해 효과를 본 경험도 많았다. 덕분에 퇴임과 동시에 다양한 강의와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많은 투자를 해준 회사에 감사한다.

주변에 인생 이모작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바로 새로운 일을 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는 이들에게 나는 망설임 없이 “항상 자신을 점검하라”고 권한다. 잘 나갈 때 이력서를 쓰면서 자신을 갈무리하면 위기의 순간 새로운 기회가 기적처럼 다가온다.

올해 말 이력서에 어떤 내용을 덧붙일 수 있을까. 대학원에 다니고 있으니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석사학위를 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열정적으로 코칭을 하고 있으니, 조만간 국제인증코치로서의 이력도 당당하게 기입하게 될 것이다. 나의 도전은 해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력서에서 시작된다. 올 연말에 또 업그레이드될 나의 이력서를 생각하며 설레는 도전을 하고 있다.

김상임 (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