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경제정책의 리더십 절실하다
입력 2013-05-14 17:35
새 정부 들어서 4월 1일 부동산종합대책, 5월 1일 수출 및 투자활성화 대책, 5월 7일 17조3000억원의 추경 국회 통과, 9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등으로 일단 나올 만한 경기대책은 거의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제는 그동안 답답했던 가계와 기업의 분위기가 경기대책의 ‘마중물’ 효과로 반전될 것인가? 부동산시장이 다소 반응을 보이는 것 외에는 경제 전체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대책은 나왔지만, 국민들이 믿고 따라 갈 만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정책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회복에 가장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였으나, 이번 국면에서는 다른 나라의 회복세를 뒤쫓아 가는 것조차도 어려운 모습이다. 한편 전에는 경제 운영에 대한 정부의 리더십이 넘쳐서 문제라고 할 만큼 강력하고 분명했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미국 2.5%, 일본 2.8%, 중국 7.7%, 우리나라 1.5%로 추정되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를 넘는 성장률이라는 의외의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미국은 2.5%를 기록하고도 시장이 기대했던 3%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증시는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선진국의 문턱에도 아직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1인당 소득과 장차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낮은 반면에 세계 경제규모의 19%를 차지하는 미국과 7%를 차지하는 일본의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높은 이 역설 같은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양적 완화정책으로, 일본 정부는 엔저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는 정책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 회복을 위한 분명한 정책의 틀을 가지고 있고, 정부는 강력한 메시지로 국민과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고목에 꽃이 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금년 초까지도 돈을 찍어 경기를 살리자는 ‘양적 완화정책’은 일시적인 조치로 치부되었으나, 이제는 당연할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에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는 사실상 일본의 엔저에 대한 용인을 확인해 준 결과가 되었다. 4년 만에 달러 당 100엔을 돌파한 엔저가 이제 얼마나 더 갈 것인가?
엔저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다각적으로 옥죄고 있다. 수출이 100엔 돌파에 3%, 110엔을 돌파하면 11%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중소기업의 53%가 환율 하락으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엔저에 대하여 어떠한 대응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하등의 언급이 없다.
나올 만한 경기대책은 거의 발표되었으나, 가계와 기업은 답답하고 호전의 기미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대책이 계속 발표되기 시작했던 4월 초에 대비하여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가 3% 하락해 있다는 사실은 경제대책을 이렇게 해서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일으키는 데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경제정책의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정책의 마중물 효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추경 17조3000억원이 총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정책의 리더십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추경을 했다고 정부의 역할을 다했다거나, 7개월 만에 0.25% 금리 인하를 했다고 중앙은행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은 있어도 리더십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 경기대책이 나와도 가계와 기업들이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가 정책을 국민들에게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정책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