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며

입력 2013-05-14 17:28


1964년 영화배우 신성일과 결혼한 엄앵란의 신부 드레스를 만든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이었답니다. 그 당시 이것이 소문나면서 앙드레김은 그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고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로 우뚝 서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앙드레김은 엄앵란씨에게 평생 감사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엄앵란씨의 생일이면 반드시 백장미 100송이를 보내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곤 했다지요. 2010년 앙드레김이 병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에도 어김없이 백장미를 보냈다고 하니 그의 마음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 끊임없이 고마움을 전하면서 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앙드레김을 잘 모르는 필자지만 어느 신문에 연재된 한 영화배우의 이런 뒷이야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성공하고 나면 그 자리에 올라가도록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을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에 취하거나 분주해진 나머지 잊어서는 안 될 분들을 잊는 것이지요. 살아가면서 작건 크건 간에 고마운 분들을 참 많이 만납니다. 이름도 모른 채 길거리에서 스쳐지나갔던 고마운 분들로부터 낳아주신 부모님, 가르쳐주신 선생님 등 고마운 분들로 인해 우린 지금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고마움을 평생 간직하고 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니 때론 고마운 줄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평생 고마워하며 살아야 할 사람을 가슴에 안고 사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행복일 것입니다. 이 오월에 우리의 가슴이 더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스승의 날이지요. 새삼 좋은 분들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한 죄책감도 생깁니다.

목사인 필자는 교회 주일학교를 다니면서 만난 좋은 선생님들이 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유치부 시절의 전도사님으로부터 초등학교 시절의 전도사님, 그중에 특별히 제게 목사의 길을 가도록 도전해 주신, 지금은 어느 교회 원로목사님이신 전도사님도 생각납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필자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에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젠 필자가 선생의 위치에 있습니다. 목사로서 가르치고 감동을 주어야 할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필자의 경험으론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 최고의 복이었는데 필자를 만나는 우리 교회 성도들은 목사에게 어떤 마음을 가질지 궁금해 하며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나 때문에 누군가 고마워하며 살아간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내가 평생 고마워하며 살아야 할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또 누군가 나에게 고마워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산다면 더욱 행복하겠지요.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