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번역선교회 안드레 선교사 “미전도종족 성경번역은 제자훈련 같았다”
입력 2013-05-14 17:28 수정 2013-05-14 18:10
“성경번역 선교는 기계처럼 성경을 번역하는 단순 작업이 아닙니다. 모국어로 기록된 성경이 없는 미전도종족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려 하나님을 향한 첫걸음을 떼도록 하는 귀중한 사역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사당동 성경번역선교회(GBT) 본부에서 만난 안드레(가명·51) 선교사는 “성경번역 사역은 성경의 한 절 한 절을 믿음으로 이해시키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는 일이며 그 과정은 제자훈련과 같다”고 성경번역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아프리카 2개국에서 15년간 성경번역 사역을 했다. 다른 한국인 선교사 1명, 현지인 4명과 함께 모국어로 된 성경이 없는 한 소수민족의 말로 구약 6권, 신약 14권을 번역했다.
번역 과정에서 현지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예로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이르시되 이 사람아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눅 5:20)라는 말씀을 번역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당시 함께 번역했던 현지인은 “하나님 한 분만이 죄를 용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인간인 예수가 죄 사함을 선포하느냐”면서 “예수가 아닌 하나님이 죄를 용서했다고 번역하자”고 제안했다. 안드레 선교사는 3시간 넘게 삼위일체를 설명한 뒤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소수민족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 무엇보다 고유의 말만 있을 뿐 표기 문자가 없었다. 이 때문에 안드레 선교사는 아랍어를 매개어로 번역을 했다. 소수민족의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아랍문자로 옮겨 적는 방식이다. 아랍문자로 표기할 수 없는 소리가 있어 한 아랍문자에 점을 하나 찍어 새로운 문자를 만들기도 했다.
이슬람교가 뿌리를 내린 이 지역에서 동역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안드레 선교사는 1994년 동역을 시작한 현지인의 집에 한동안 머무를 정도로 친분이 깊었다. 그러나 이슬람교도인 현지인의 아버지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너는 평범한 크리스천이 아니다. 우리 마을을 파괴하러 온 스파이”라며 안드레 선교사를 마을에서 내쫓았다. 안드레 선교사는 2000년부터 9년여간 이 마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해 다른 마을 사람들과 접촉했다.
이후 사역을 함께한 또 다른 현지인은 “번역을 한다고 해서 먹고살 게 생기는 건 아니지 않느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면서 떠났다. 어떤 현지인은 “내가 성경번역을 도왔다는 게 알려지면 이 마을에서 살 수 없다”며 그만뒀다.
이뿐 아니다. 많은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척박한 환경에서 선교활동을 할 수 없다. 안드레 선교사는 “소수민족 마을을 다녀간 한 선교사는 ‘구약시대에 온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라며 “우리나라 60∼70년대 시골 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 선교사는 2010년 말 한국에 돌아와 선교보고를 할 때 ‘불필요한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이슬람권 선교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것은 마치 열 손가락으로 박박 문질러 댐 하나를 붕괴시키는 일과 같다고 했는데 왜 이런 분에 넘치는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일을 인간의 판단으로 평가하거나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드레 선교사는 “2011년 10월 다시 북아프리카 선교지를 찾았을 때 선교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고 여겼던 곳에 가정교회가 만들어져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믿음이 없던 한 여성이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네 딸을 혼자 어렵게 키우던 그분과 먹을 것도 자주 나누었지만 복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분이 제가 떠난 뒤 예수님을 믿게 된 것입니다. 사랑으로 씨를 뿌리면 하나님께서 열매를 맺어주십니다. 그 씨앗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들의 말로 된 성경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