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손실… 외롭고 서러운 5.18 민주화 운동 사적지

입력 2013-05-14 15:24

[쿠키 사회] 광주 도심에 산재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14일 “1980년 5·18 당시의 생생한 흔적을 간직한 전남대 정문과 광주역 광장, 망월동 구 묘역 등 26개 지역 29개소를 사적지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면서 “33년이 흐른 현재 주로 중·고생 등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배우는 현장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표 참조)

하지만 16개 지역 사적지들은 이미 재개발 등 각종 건축공사로 원형이 사라졌거나 심각하게 훼손돼 제 모습을 잃고 있다.

시민군들이 무장하고 첫 사격훈련을 실시한 광주공원 광장의 경우 표지석 동판이 부식 된데다 최근 공원 재정비 공사가 시작돼 원형보존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상무대 영창과 군사법정이 복원된 상무지구 5·18자유공원 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제2관 건립 후보지로 거론됐다가 지난해 5·18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밀려 공사계획이 백지화됐다.

앞서 시민군들이 ‘투사회보’ 등을 제작하고 전남도청 앞 범시민궐기대회를 준비하던 광주YWCA는 유동으로 옮겨간 뒤 총탄 자욱이 선명하던 역사적 옛 건물은 철거됐다. 5·18의 도화선이 된 전남대 학생들의 시위가 잇따랐던 이 대학 정문과 계엄군과 시민군 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광주역 광장 등도 당시의 건축물이 헐리고 새로 지어졌다.

그나마 5·18민주광장과 남동성당 등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사적지 10개 지역도 부실한 사후 관와 무관심 속에 장기간 방치 상태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이 된 5·18민주광장 중앙 분수대는 수협중앙회 소유 사유지에 위치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처지다. 희생자들의 주검이 안치됐던 상무관도 인근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가 시작된 이후 시민들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남동성당은 천주교재단 소유로 영구 보존에 한계가 있다.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받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라 시 조례에 따라 1998년 뒤늦게 지정된 사적지여서 관리예산 부족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5·18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등록문화재 지정 등을 통해 5·18사적지의 법적 지위를 강화시켜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5·18단체 관계자는 “5·18 대동정신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사적지의 철저한 관리와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등록문화재로의 승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