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샌드백 때문에"…1년 전 일이 층간 방화 살인 불러

입력 2013-05-14 15:24

[쿠키 사회] 층간소음 문제로 불을 질러 2명을 숨지게 한 사건의 발단은 샌드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샌드백은 1층 세입자의 작은 방 천장에 설치했다가 층간소음문제로 약 1년 전에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인천 부평경찰서에 따르면 인천 십정동의 한 빌라 2층에 사는 집주인 A씨(72)는 지난 13일 오후 5시47분 방안에 권투용 샌드백을 설치해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1층에 사는 세입자 B씨(51)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일 집주인 A씨는 귀가 중 집 계단에 서 있는 세입자 B씨를 만나 “왜 시끄럽게 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B씨는 “(이미 치웠는데 1년 만에 또 따지느냐)그런 적이 없다”고 응수했다.

집주인 A씨와 세입자 B씨는 10여 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이웃이었지만 이들은 이미 ‘이웃사촌’이 아니었다. 한때 ‘이웃사촌’으로 지내기도 했지만 1년 전 방안에 샌드백이 설치된 뒤 샌드백을 친 소리가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구조의 2층에 사는 집주인의 감정을 극도로 악화시켰고, 결국 방화사건으로 비화됐다.

사건 당일 말싸움은 곧바로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A씨는 등산용 손도끼를 들고 행패를 부렸고, B씨와 사실혼 관계의 C씨(50) 모두 왼쪽 팔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2층 집안에 보관 중이던 휘발유통을 가지고 1층으로 내려와 B씨 집에 뿌리고 라이터를 이용해 거실에 불을 질렀다. 사건 전날 귀가해 작은 방에 잠자고 있던 C씨의 딸(27)과 남자친구(24)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A씨도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치료가 마무리 되는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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