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안전지대’ 리더 다마키 고지 “영광의 순간?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

입력 2013-05-13 20:56

일본 전설의 록밴드 ‘안전지대’의 리더 다마키 고지(55)가 데뷔 30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13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을 좋아해서 아시아 투어의 첫 공연 장소로 한국을 택했다는 그는 서울 명륜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 내내 유쾌한 모습으로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을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생전 친분을 갖고 있던 탤런트 겸 가수 고(故) 박용하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2001년 도쿄 신오쿠보 역에서 선로에 쓰러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도 언급했다. 그는 “이수현씨가 떠난 지 10년이 됐지만 나에겐 아직 영웅”이라며 “지난해에 와서 이씨 부모를 만났는데 그런 것도 다 한국과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82년 데뷔한 안전지대는 서정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84년 두 번째 정규 앨범 ‘레드와인의 마음’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인 국내에서도 상당한 팬층을 확보했다. 그의 창법과 음악은 한국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이수영, 엠씨더맥스 등 여러 가수들이 그의 음악을 리메이크했다.

그는 “(한·일 간에) 역사적 문제도 있지만 음악은 그런 것을 다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래로서 평화를 말하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길 바라왔다”고 말했다. 일본 문화 개방이 이뤄지기 전인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당시에도 한국에 와서 공연할 수 있길 기대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공연할 때 부산이나 서울에서 왔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음반으로 데뷔한 지는 30년이지만 멤버들이 모여 5인조 밴드를 결성한 건 40년이 됐다. 영광의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는 큰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그런데 지금은 인기가 있고 없고 여부를 떠나 아마추어로 밴드를 처음 할 때의 기분, 그 초심의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어 좋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에선 안전지대 헌정 앨범이 준비 중이다. 피아, 김바다 등 뮤지션들이 녹음 작업 중이며 6월 말 음반이 나올 예정이다. 그는 “굉장히 기쁘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한국 가수들이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잘하기 때문에 같이 불러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 가수를 소개해 달라는 얘기에 “한 사람을 말해버리면 다른 분들이 섭섭해 할 수 있으므로 모든 분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갖는 내한공연은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30주년 기념이라 더 기분이 들뜬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가왕(歌王) 조용필, 이문세와 같은 날 공연을 한다. 그는 “음악적으로 좋아하는 게 다를 수 있으니 꼭 와서 안전지대 음악을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