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소간 익혀먹어야 기생충 피해 예방”
입력 2013-05-13 20:57 수정 2013-05-13 22:23
40년간 ‘기생충과 전쟁’ 성균관의대 임재훈 교수 정년퇴임
“기생충과 나의 악연(惡緣)은 마치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과 자베르 같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른 손가락 마디의 반이나 되는 기생충(간흡충) 수백 마리가 담관 속에 20∼30년간 살며 하루에 알을 2000개씩 낳는데 어떻게 암(담관암)이 안 생길 수 있겠습니까. 그게 바로 제가 40년간 기생충 연구에 매달린 이유입니다.”
최근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에서 정년퇴임한 영상의학 전문의 임재훈(66) 교수의 말이다. 임 교수는 197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꼬박 40년간 몸속 기생충과의 싸움에 ‘올인’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동안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대한소화기학회지 최신호에 실은 특별 기고문에서다.
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담관에 생기는 질환, 즉 담관결석과 담관암이 서양에 비해 20배 정도 흔하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길이 1㎝ 정도의 ‘간흡충(간디스토마)’이라는 기생충 때문이다. 간흡충은 사람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알이 제1 중간숙주인 쇠우렁이 등 패류를 거쳐 제2 중간숙주인 잉어과 민물고기 근육 속에 숨어 있다가 이 물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다시 옮겨간다.
간흡충 못잖게 담관암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또 있다. 간흡충의 중간숙주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낯익은 식재료인 소간과 미나리에 붙어 기생하는 ‘간질충’이다. 생미나리에 붙어 있던 간질충은 사람 입으로 들어온 뒤 소장 벽을 뚫고 뱃속을 돌아다니다 간을 찾아가고, 결국 담관까지 파고들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임 교수의 연구결과 밝혀졌다.
이런 기생충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임 교수는 “무엇보다 채소와 육류, 생선을 막론하고 음식물을 충분히 익혀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