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평가 아닌 문학의 눈으로 보여준 것”… 시집 ‘사람’ 출간 한국시인협회 신달자 회장
입력 2013-05-13 19:25 수정 2013-05-13 21:12
올해 창립 56주년을 맞은 한국시인협회가 한국근현대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시로 조명한 시집 ‘사람’(민음사)을 냈다. 참여시인은 김남조 이근배 정희성 조정권 등 113명, 시집에 등장하는 인물은 흥선대원군에서 앙드레 김에 이르기까지 이미 작고한 112명이다. 13일 신달자(70) 시인협회장을 만나 어떤 기준에서 인물들을 선정했는지, 저간의 사정에 대해 들어봤다.
“사람이 곧 역사이지요. 지금 이 순간도 역사의 일부분 아닙니까. 이 시집은 과연 대한민국은 어떤 사람이 있게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이 가운데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도 있고 이병철 삼성 설립자,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빛과 그늘을 문학의 눈으로 보여주고 한 것이지, 역사적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취지는 아니었지요.”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그는 ‘평가’가 아니라 ‘문학의 눈’이라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 “원래는 ‘근현대인물 100인 시집’으로 기획했는데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인물을 선정하다보니 112명으로 늘었어요. 북한 김일성 전 주석을 넣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고민하다가 뺐습니다. 결국 선택과 배제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 인물에 대한 밝음과 어둠, 옳음과 그름, 긍정과 부정 등의 평가를 내리기보다 오늘의 안목으로 다시 생각하고 시로 담고자 했지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시집엔 정치인이 많이 배제된 반면 박치기 왕 김일, 권투선수 김득구, 코미디언 이주일, 국악인 김소희, 마라톤 선수 손기정, 만화가 김성환, 건축가 김수근, 영화배우 김승호 나운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달리는 것만이 달려서 부딪쳐 오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꿈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박주택 ‘손기정’)라든지 “옷이 날개였습니다/ (중략)/ 이 말의 무게가 몇 만근이나 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구파발 외진 마을의 김봉남이 세계 속의 앙드레 김으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우리는 다만 지켜볼 뿐이었습니다”(이화은 ‘앙드레 김’) 등이 그것이다.
시인협회는 3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 및 시 낭송회를 갖는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아들 정몽준, 박태준 전 회장의 아들 박성빈, 시인 윤동주의 조카 윤인석,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 독립운동가 김좌진의 외손녀 김을동씨 등이 직접 시 낭송에 나설 예정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