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탓에… 빛바랜 재계 訪美 성과
입력 2013-05-13 19:09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간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 방미 기간 경제분야 주요성과를 설명하던 도중 이같이 말했다. 느닷없이 터진 ‘윤창중 사건’으로 방미 성과가 빛바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 특히 경제분야의 성과는 특별했다. 총 3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 유치 성적뿐 아니라 수행경제인들의 면면과 활약상이 대단했다는 얘기다.
그는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이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중심이 돼 20명 안팎으로 꾸려졌던 관례를 깨고 이번 사절단에는 중소 및 중견기업인 20명이 포함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 및 중견기업인들은 동포경제인, 미국기업인 등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비즈니스네트워크를 마련한 것뿐 아니라 비즈니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자신감을 확보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소중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소위 ‘미국통’이라는 재계 인사 위주로 적당히 편성한 경제사절단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사절단이 꾸려졌고 이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수행했던 산업부 등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수행경제인들의 활약상을 전할 마음에 부풀었지만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났다는 것이다. 귀국한 후 국민의 관심이 온통 ‘윤창중 사건’에만 쏠려 있는 형국에 적지 않게 당황한 표정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가진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미국 보잉사가 경북 영천에 항공정비센터 형태의 공장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 “전 세계에 보잉사의 항공정비센터가 두 개 들어서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설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최근 불거진 북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신뢰도가 높음을 확인했다”고 방미 성과를 소개했다.
귀국 후 3일이 지나서야 방미 성과 브리핑을 하는 것을 두고 “혹시 윤창중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윤 장관과 산업부 관계자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