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 샤리프 집권… 불편한 미국 vs 편안한 인도
입력 2013-05-13 19:00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지 66년 만에 처음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미국과 인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총재가 반미·친인도적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새로 탄생할 파키스탄 정부와 동등한 파트너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샤리프 총재가 총선 직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내년 말 예정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철수에 맞춰 10년 넘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여온 대테러전을 원만히 마무리하려는 가운데 돌발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미국은 이제껏 파키스탄 육로를 이용해 아프간과 미국 사이의 군수품을 이동했다. 파키스탄이 비협조적이면 중앙아시아를 통해 군수품을 철수해야지만 이 경우 비용 부담이 높다.
미국의 무인기 공격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상대로 무인기 공격을 해왔다. 최근 이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샤리프 총재가 이를 모른 체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샤리프 총재가 미국의 요구를 당장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기구의 지원이 절실한 파키스탄이 미국의 압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입김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대 속에 추진된 이란산 천연 가스관 건설도 진퇴양난에 놓일 수 있다. 지난 3월 1880㎞에 달하는 가스관 건설이 시작됐지만 미국은 줄기차게 대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할 것을 파키스탄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인도 언론은 양국 평화 진전에 긍정적 신호라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양국 관계에 새로운 길을 희망한다”며 “샤리프 총재가 적절한 시기에 인도를 방문할 것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샤리프 총리는 1990년대 두 차례 총리를 지낼 당시 인도와의 관계 정상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국 평화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4년간 소강 상태였던 평화 회담이 지난 2월 재개됐지만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 문제 해결로 나아가자는 인도의 전략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파산 위기에 놓인 파키스탄 국가 경제의 잠재적 투자자로 각광받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인도 기업과 공장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