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블로그에 적반하장 글… “박근혜의 숙청 음모”

입력 2013-05-13 18:48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개인 블로그인 ‘윤창중의 칼럼세상’에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는 글이 게시됐다. ‘윤창중’이라는 필명으로 작성된 이 글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전 대변인을 옹호하면서 경질 배경에 박 대통령의 숙청 음모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명이 ‘윤창중’으로 돼 있지만 윤 전 대변인이 직접 글을 작성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 본인의 글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글이 게재된 곳이 익명 게시판 형태인 데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윤 전 대변인 명의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필자는 “이제 저는 나의 투쟁을 여기서 마치려 한다. 늙고 쇠약한 저는 이번 사건으로 육체적 고난보다 권력에 눈먼 자들의 배반과 음해 속에 심적 시련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궁정정치의 볼모나 다름없는 실세들과 궁정경제의 피해자인 국민들을 향해 제가 박근혜의 처절한 복수 계획의 첫 번째 증거가 되었다는 말을 남긴다”며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선 “유년시절부터 청와대 생활을 시작해 궁정인들의 권모술수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시기와 질투에서 연명하기 위해 태생적으로 처세술에 능하다”고 비판했다.

고전을 자주 인용하는 윤 전 대변인의 문체를 흉내낸 흔적도 보인다. 필자는 “이제 와 어리석게도 박근혜가 저를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 등용한 이유를 깨달았다. 손자병법에서 장재는 적을 유혹해 내가 있는 곳으로 불러들여 불씨도 남지 않게 철저히 박살내라고 했다”고 썼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