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이번에도 할말 못하고 朴 눈치만…
입력 2013-05-13 18:49 수정 2013-05-13 22:07
새누리당 지도부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나치게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윤 전 대변인 개인 문제로 축소하고 ‘청와대 방탄 지도부’를 자처하면서 집권 여당의 존재감이 또다시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사건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박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까지 단 세 차례에 걸쳐 대변인 공식 논평을 냈다. 논평은 윤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에 그쳤다. 귀국 종용 공방 및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셀프 사과에 대한 비판, 청와대 책임라인 문책 요구 등은 없었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12일에는 아예 논평이 없었다.
오히려 지도부가 나서서 입단속을 하고, 모든 책임을 윤 전 대변인에게 귀결시키는 ‘꼬리 자르기’에만 집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여성 의원 6명은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사실 공개 및 이 홍보수석의 사퇴 등을 요구하고, 국민과 교민들에게 사과했다. 이들은 10일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지만 당 고위 관계자가 “지금은 이르다”며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성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 찍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새누리당이 국민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침묵을 통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니까 나서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와 ‘윤창중 사건’을 분리해 대응하자는 선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황우여 대표는 “수행인사 한 사람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국가 위상이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약속이나 한 듯 “방미 성과는 훌륭한데 미꾸라지 한 명이 망쳤다”는 식이었다. 최고위원들의 발언 내용이 알려진 뒤 당내에서는 “진상 규명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있자는 ‘암묵적 동의’가 내려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여전히 할 말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과 황 대표의 14일 회동은 이런 지적을 상당부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여당 대표와의 월례 회동은 황 대표가 요청해 이뤄졌다. 황 대표는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성추행 의혹 사건 및 후속 대응과 관련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엄중 문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재선의 한기호(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의원과 원외 인사인 유수택 광주시당 위원장이 각각 임명됐다. 한 최고위원은 육군 중장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등을 맡고 있고, 유 최고위원은 전남 여천·순천시장을 거쳐 조선대 이사장을 지냈다.
엄기영 유동근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