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반복된 ‘취임 첫해 5월 사과’ 징크스

입력 2013-05-13 18:48 수정 2013-05-13 22:07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역대 대통령의 ‘취임 첫해 5월 사과’라는 징크스를 반복했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장수천 채무 변제 의혹 및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각각 사과했다. 하지만 그 형식과 내용은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92일, 이 전 대통령은 87일, 박 대통령은 77일 만에 첫 사과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 28일 생수 회사인 장수천을 둘러싼 의혹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한 후 사과했다. 노 전 대통령은 “어떤 범법행위도 없었다는 점을 명백히 해두고자 한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게 잘못이 있다면 어떠한 질책도 기꺼이 감수하겠지만 더 이상 소모적 논쟁으로 국력이 낭비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5년 후 이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처음으로 머리를 숙였다. 2008년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확산된 것이 이유였다. 이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2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의견 수렴이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축산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고,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앞선 두 대통령과 달리 직접적으로 국민을 향하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각각 기자회견과 대국민 담화라는 형식을 취한 데 비해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 형식으로 사과했다. 이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3월 30일 새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 사태와 관련한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독 사과’나 지난달 12일 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있었던 사과 표명보다는 수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 사태가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노 전 대통령의 첫 사과 이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 회견”이라며 검찰 수사를 요구해 한동안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사과 이후에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울며 겨자 먹기’식 사과 표명”이라며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