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못 믿을 국내 신용평가사
입력 2013-05-13 18:41
현대제철은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세 번째로 높은 A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외국계 신평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 회사에 준 등급은 각각 위에서 열 번째 등급인 Baa3와 BBB-에 불과하다.
계열사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시끌시끌했던 포스코도 국내 신평사들로부터 AA-를 받았지만 무디스와 S&P로부터는 겨우 열 번째 등급을 받았을 뿐이다. 국내 신평사들이 AA를 준 LG전자도 S&P와 피치의 등급은 열 번째에 그친다.
국내외 신평사로부터 모두 평가를 받는 한국 기업은 22곳이다. 국내 3대 신평사가 이들에게 부여한 평균 신용등급은 두 번째로 높은 AA+다. 반면 외국 3대 신평사는 동일한 기업들에 평균적으로 위에서 여덟 번째 등급을 줬다. 뻥튀기도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신평사로서의 제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GS건설은 S&P 신용등급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내려갔다가 현재는 평가할 수 없는 ‘NR’(비등급)로 설정된 상태다. 하지만 정작 사정을 잘 알 만한 국내 3대 신평사는 올해 GS건설에 네 번째로 높은 AA-등급을 부여한 데다 이 회사가 올해 1분기 실적 악화로 주가 급락을 겪었는데도 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통상 막장까지 가서야 이뤄진다. 지난해 말 국내 신평사들은 극동건설과 함께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웅진홀딩스에 최고 A-등급까지 부여했다가 웅진 사태가 터지자 D등급으로 강등했다. 투자 적격으로 분류됐던 LIG건설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야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국내 신평사들이 한국 기업에 후하게 등급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돈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기업을 평가해주고 받는 수수료로 먹고산다. 결국 기업이 신평사의 목줄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고객인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너무 안이하게 평가하지 못하도록 뭔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