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마트카드 “시장 못내줘”… 힘 겨루기에 막힌 모바일 교통카드

입력 2013-05-13 18:37 수정 2013-05-13 20:27


‘지갑 따로, 휴대전화 따로’ 챙겨 다니던 김정선(27)씨는 ‘지갑 없는 삶’을 꿈꾸며 모바일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꿈은 하루 만에 깨졌다. 출근 버스를 타던 김씨는 결국 지갑에서 플라스틱 카드를 꺼내야만 했다. 휴대전화로 발급 받은 모바일 카드가 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에선 먹통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모바일 카드가 있으면 휴대전화만 들고 다녀도 일상생활이 될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었다”며 “플라스틱 신용카드는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데 모바일 카드는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신용카드 역할까지 해주는 ‘편리함’ 때문에 모바일 카드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교통카드 기능이 없어 고객 불편이 크다. 왜 모바일 카드에는 교통카드 기능이 없을까.

◇모바일 교통카드 시장 놓고 충돌=교통카드는 쓴 뒤에 이용액을 갚는 후불 교통카드, 일정액을 충전해서 한도 내에서 쓰는 선불 교통카드로 나뉜다. 플라스틱 신용카드는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 모바일 카드는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후불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자체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울산광역시가 오는 8월부터 모바일 후불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인 것이 전부다.

대중교통 이용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는 모바일 후불 교통카드의 시행 계획조차 없다. 선불 교통카드인 ‘모바일 티머니’를 판매하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신용카드사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수도권 교통카드 시장은 한국스마트카드가 장악하고 있다. 시스템을 열어주지 않으면 카드사는 모바일 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을 얹을 수 없다. 모바일 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을 넣는 문제로 신용카드사와 한국스마트카드는 2011년부터 협상을 해왔지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카드사는 한국스마트카드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카드사가 추정하는 한국스마트카드의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수익이다. 플라스틱 선불 교통카드(티머니) 시장을 신용카드의 후불 교통카드에 거의 뺏긴 상황에서 모바일 티머니 시장까지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한국스마트카드가 티머니 시장을 플라스틱 카드에 열어준 뒤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모바일 티머니 시장만큼은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불 충전으로 생기는 ‘낙전 수입’도 한국스마트카드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이다. 낙전수입이란 티머니 카드에 사용하지 않고 남은 돈을 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티머니에 충전한 뒤 5년 이상 쓰지 않은 돈은 121억원이다. 이 돈으로 생기는 이자수익은 31억원에 달한다.

◇“모바일 티머니도 적자인데…”=한국스마트카드는 모바일 티머니가 적자인 상황에서 모바일 교통카드 시장을 쉽게 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바일 후불 교통카드 도입에 적극 동참했지만, 카드사와 통신사와의 비용 분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추진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시스템 구축비용,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모바일 티머니 사용량은 적다. 지난해 전체 티머니 이용액 6조6375억원 가운데 모바일 티머니 이용액은 1540억원으로 2.3%에 불과하다.

한국스마트카드는 모바일 후불 교통카드 시장을 완전히 막아놓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모바일 카드를 이용한 후불 교통카드 방식은 아니지만 모바일 티머니 사용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한카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올 해 3분기 중 대부분 카드사 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13일 “낙전 수입도 서울시와 합의를 거쳐 장기간 쓰지 않은 충전금액은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동안은 모바일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