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美에 신속처리 공식요청… 尹수사 급물살 탈까
입력 2013-05-13 18:34 수정 2013-05-13 22:07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규명과 미국 수사에 대한 적극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부는 박 대통령의 언급 직후 미국 측에 신속한 사건 처리를 요청했다.
◇정부, 미국에 신속한 처리 요청=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우리 정부는 오늘 미국 측에 ‘미국 사법당국이 미국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사건 처리가 가능하도록’ 협조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측도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미측에) 도움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 출두하는 것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달렸다”며 “만약 피해자가 한국 수사기관에 고소할 경우 한국에서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 경찰국은 이미 피해 여성 A씨(21)의 진술을 확보하고 간단한 현장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수사협조 요청은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소는 가능, 인도 요청은 불투명=워싱턴DC 경찰국이 A씨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분류한 윤 전 대변인 혐의는 ‘경범죄성 성추행(misdemeanor sexual abuse)’이다. 워싱턴DC는 주가 아니라 특별구이기 때문에 연방법을 적용한다. 연방법 22-3006항은 경범죄 성추행 항목에 대해 ‘허락 없이 타인과 성적인 행동이나 접촉에 관여한 사람 등은 180일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엉덩이도 ‘성적인 접촉’에 해당하는 신체 부위다. 미국에선 성범죄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져도 한번 접수된 사건은 사법당국이 계속 조사를 한다. 따라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현지 검찰 기소는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윤 전 대변인의 신병 인도 절차는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상 인도 대상은 양국에서 징역 1년 이상 형량의 중범죄(felony)를 저지른 피의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경찰의 접수내용으로만 보면 윤 전 대변인은 범죄인 인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벌금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성추행 등을 엄중하게 다루고 있지만 국가 간에 범죄인 인도 요청까지 이뤄지려면 관련 혐의가 명백하게 인정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 절차는 복잡하다. 미국 사법당국이 범죄인 인도를 공식 요청할 경우 법무부는 심사를 거쳐 법원에 피의자 인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재판부는 다시 2개월 이내에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 재판에서 인도 결정이 내려지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면 미국의 집행기관이 한 달 안에 국내에 들어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다.
◇“허리” vs “엉덩이” 공방될 듯=법조계에선 윤 전 대변인이 11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의 “허리를 툭 쳤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허리는 성추행 부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윤 전 대변인의 ‘허리’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사법당국의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법정 공방은 장기화 국면을 맞게 된다.
윤 전 대변인이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 경찰에 자진 출석하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윤 전 대변인이 자진 출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 전 대변인이 자진 출석을 거부하면 인턴 피해여성 A씨가 한국의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법도 있다. A씨가 별도로 위자료 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소 제기부터 1심 판결까지 2∼3년이 걸리고 항소·상고심까지 갈 경우 재판기간은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남혁상 전웅빈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