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교육부, 예비군 훈련도 아닌데… NEAT 응시율 낮자 교사들 강제 동원
						입력 2013-05-13 18:29   수정 2013-05-13 00:26
					
				교육부가 지난 11일 실시된 일반인 대상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니트)에 일부 영어교사들의 응시를 강요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예산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시험의 일반인 신청자 수가 예상보다 적자, 교육부가 교사들을 동원해 ‘응시자 부풀리기’를 한 것이다. 이는 니트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시험의 왜곡을 시도한 교육부에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 A고교의 영어교사 3명은 지난 11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처음 치러진 니트 1급 시험에 ‘강제동원’됐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와 올해 초 치러진 교사 대상 니트 1급 시험에 응시한 바 있지만, 시험 3일 전인 지난 8일 “우리 학교는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이니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는 학교 측 지시를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시험을 신청했다. 시험에 응시한 영어교사는 “니트 시험장 곳곳에서 교원 연수 중 만났던 교사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교육부의 니트 담당 부서인 영어교육팀은 최근 전국 128개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에 “첫 니트 1급 시험에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영어교육팀 관계자는 “첫 시험이라 홍보 차 일선 학교에 참여를 안내한 것일 뿐 강제로 동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의 권유는 지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대꾸했다.
전국 128개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에 적어도 2∼3명의 영어교사들이 재직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시험의 총 응시자 수인 545명의 과반수가 교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교사는 “영어교사들이 대거 동원됐다면 일반인 상대 니트 시험의 대표성과 신뢰성이 크게 의심받는다”며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가 발표되더라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지난해 무료로 실시된 일반인 대상 니트 1급 예비시험의 응시자수에 비해 이번 시험의 일반인 응시자수가 크게 줄어들자 응시 실적을 조금이라도 부풀리려고 교육부가 교사들을 동원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일반인과는 엄연히 수준이 다른 영어교사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오히려 니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꼬집었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신동일 교수는 “‘한국형 토플’로 불리는 니트는 영어 교육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성급하게 추진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