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홍보수석 불참… 굳은 표정 朴, 고강도 사과로 말문

입력 2013-05-13 18:31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직속상관인 이남기 홍보수석은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불참했다. 방미 기간 윤 전 대변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귀국 이후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이 수석의 사의가 수리되는 수순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오전 회의에서 ‘(성추행 의혹 사건) 관련자들’이라며 복수형으로 표현했고 적극적인 조사 협조를 강조하면서 ‘응당한 책임’을 언급했다. 필요할 경우엔 이 수석도 미국 측의 수사 요청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대통령은 직접 이 수석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 수석의 사퇴는 진상조사가 상당부분 진행되거나 완료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인 이남기’보다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매끄럽고 대외적으로도 청와대가 사태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의지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은 표정의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 사건에 대한 강도 높은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나온 대통령의 첫 공식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방미 성과가 안보와 경제 현장으로 이어져 국가와 국민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방미 결과를 처음으로 직접 설명했다. 그는 “우리 안보와 경제에 대해 국민들의 걱정이 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새 정부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공조의 기반을 마련하고 그 틀을 짜는 중요한 시점이어서 상당히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다행히 큰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방미 경험담을 나누며 창조경제 및 정부 3.0 구현,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개도국 빈곤퇴치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중소기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 써 줄 것을 요청했고, 먹을거리 안전과 여성고용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허태열 비서실장은 오후 수석비서관회의를 다시 주재하면서 “대통령께서 또 사과했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느 누구라도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갖고 임하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당부의 글’도 준비해 낭독하면서 공직기강을 바로잡을 것을 주문한 뒤 각 수석들도 수석실로 돌아가 직접 직원들에게 읽어줄 것을 지시했다. ‘당부의 글’을 통해 허 실장은 “성희롱의 경우 인식의 개선이 중요하다”며 청와대 내 성희롱 관련 교육과 계도활동 강화 방침을 밝혔다. 또 “앞으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