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기강 해이가 부른 참사… 靑 전방위 공직감찰 나선다

입력 2013-05-13 18:30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내놓은 사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위다. 그만큼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집권 초반 흔들리고 있는 국정운영의 틀을 이른 시일 내에 다잡으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송구’,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취임 이후 첫 대국민 사과로 당초에는 ‘유감’ 수준의 입장 표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반 잇단 인사 파동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을 만나 유감의 뜻을 나타낸 적은 있었다.

또 발언 시작과 함께 국민을 대상으로 “송구하다”고 한 뒤 곧바로 피해 여성과 부모, 해외 동포에 대해 사과했다. 대통령을 사과 대상에 포함시켰던 이남기 홍보수석의 엉뚱한 사과와 방미 성과를 앞세웠던 전날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와는 내용과 형식에서 큰 차이가 났다.

박 대통령과 새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방미를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살려 나갈 호기로 판단하고 있었다. 정부 출범 초반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과 인사 문제로 정권이 가장 힘 있을 시기인 두 달을 허송세월했다. 이후 박 대통령이 ‘디테일 리더십’ 등 특유의 카리스마로 국정운영 동력의 불씨를 지폈고, 미국을 방문하기 직전 국정이 상당 부분 정상화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방미 결과도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한 순간에 국정운영 시계가 다시 ‘제로(0)’로 돌아가자 박 대통령이 ‘안타깝다’는 식의 개인적 감상보다는 강도 높은 사과로 악화된 여론 수습에 나선 셈이다.

관건은 향후 제시할 개선책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 실장은 대통령에 이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정수석실은 이번 방미단과 전 일정을 리뷰하라”며 “또 그것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어라. 향후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실 때 매뉴얼에 따라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장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방미 기간 윤 전 대변인과 함께했던 홍보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감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행적 전체를 낱낱이 뜯어볼 태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윤 전 대변인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청와대의 허술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정권 초반부터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고 이번 사건의 발원지이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주체인 홍보수석실에 대한 개편이 예상된다. 나아가 비서실장까지 나섰던 다단계 ‘찔끔 사과’가 혹독한 비난을 받는 등 파문을 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웠다는 점에서 청와대 전체의 위기대응 체계를 전면 재편하는 작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박 대통령에 대한 ‘늑장 보고’가 논란이 됐던 만큼 대통령 보고 체계가 개선될지도 주목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