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평양서 열린 그들만의 축구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
입력 2013-05-13 18:22 수정 2013-05-13 00:30
“그곳에선 골을 넣어도 조용했다.”
영국 BBC 기자가 북한 국내 축구 경기를 관전한 감상기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최근 런던 정경대(LSE) 학생들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팀 하틀리는 ‘북한의 조용한 축구 경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상식과는 너무 다른 북한 축구장 분위기를 자세히 전했다.
그의 놀라운 경험은 축구장인 김일성 경기장 주변 풍경부터 시작됐다. 그는 “(경기장을 들어서기 위해) 늘어선 줄도, 핫도그를 판매하는 매점도 없었다. 5만을 수용하는 관중석은 가득 차 있었지만 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어두운 색상의 옷과 빨간 넥타이를 맨 채 가슴에는 반짝이는 배지를 달고 있었다”고 첫 인상을 적었다.
오전 9시 30분부터 경기가 시작되는 것도 그의 눈에는 이채로웠다. 평양 팀과 압록강 팀의 맞대결은 제법 박진감 있게 진행됐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고요함을 유지했다. 보다 못한 그가 먼저 응원 구호를 외치자 VIP석에 있던 몇몇 외국인이 그와 함께 평양 팀의 선전을 응원했지만 관중들은 그 장면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평양 팀이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도, 심지어 골을 넣었을 때도 관중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그는 “득점에도 불구하고 평양 팀의 감독은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고 선수들 역시 하이 파이브도 서로 등을 두드려주는 ‘골 세리머니’ 비슷한 행동도 없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의 축구 관전 문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2005년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북한이 이란에 패한 뒤 수천 명의 북한 관중이 판정에 항의하며 심판과 이란 선수들을 향해 물병과 의자를 집어던졌다. 북한은 그 바람에 같은 해 6월 일본과의 홈경기를 제3국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징계를 받았다. 2011년 평양에서 열린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 때는 5만 명의 북한 팬들이 각종 깃발을 흔들고 메가폰과 북을 이용해 마음껏 응원전을 펼쳤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국내 경기와 달리 A매치 때만 북한 관중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