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퍼거슨 감독 집으로 불러들인 장외 ‘원톱’ 캐시 여사
입력 2013-05-13 18:22 수정 2013-05-13 22:19
“47년 간 나와 가족들을 위해 살아 온 아내를 위해 이제는 내가 헌신해야 할 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레전드로 남게 된 ‘명장’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은퇴하고자 결심한 진짜 이유를 밝혔다.
퍼거슨 감독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2∼2013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스완지시티와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2대 1 승리를 거둔 뒤 “맨유에서의 27년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은퇴를 결심했다. 처형이 세상을 떠난 뒤 외롭게 지내게 될 아내 곁에 내가 함께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퍼거슨 감독이 갑자기 은퇴 발표를 하자 건강 악화설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지극한 아내 사랑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1966년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캐시(74) 여사와 결혼해 세 아들을 두었다. 캐시 여사는 가정과 축구를 동시에 지킨 ‘현모양처’로 유명하다. 퍼거슨 감독이 집에서 축구 잡지나 신문을 읽고 있으면 “집안일을 돕거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핀잔을 줬다. 2007년 퍼거슨 감독이 이사를 도우라는 캐시 여사의 요청 때문에 맨유의 프리시즌 투어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캐시 여사는 남편이 위기에 처하면 든든한 조언자로 나섰다. 2002년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려고 했을 때 캐시 여사는 은퇴를 만류했다. 또 박지성의 포지션 배치를 조언하기도 했다. 이렇듯 캐시 여사가 현명하게 내조하니 호랑이 같은 퍼거슨 감독도 집에선 공처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홈 고별전에서 맨유 선수들이 그라운드 양쪽에 늘어서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전반 39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선제골이 터지자 평소처럼 껌을 씹던 퍼거슨 감독은 어린아이처럼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다. 후반 42분 리오 퍼디낸드는 극적인 결승골로 퍼거슨 감독의 홈 고별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우승 행사에서 메달을 받으러 오는 제자들과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올드 트래퍼드를 찾은 캐시 여사는 기나긴 축구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자신의 품에 안긴 남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