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스승의 날’… 국민대 이의용 교수 페이스북에 ‘40가지 잘못’ 고백

입력 2013-05-13 18:14 수정 2013-05-13 22:12


‘교수를 ‘갑’으로, 학생을 ‘을’로 여긴 나머지 학생에게 시간적·금전적 부담을 부당하게 준 것을 반성합니다.’

국민대 이의용(59·사진) 교수는 스승의 날을 앞둔 13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반성문’을 올렸다. 스승이 아니라 ‘지식정보유통업자’로 살았고, 자신의 연구활동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담겨 있다. 또 사명감이나 열정 없이 학생들을 가르쳐온 것 등 교수로서 제대로 살지 못한 잘못 등 40가지나 되는 문제점을 열거했다.

이 교수의 반성문에는 대학 사회의 병폐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는 갑(甲)으로서의 온갖 지위를 누리면서 학생들에게 걸핏하면 심부름을 시키고, 교수 자신이 쓴 책을 강매하고 음악회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현실 등에 대해 이 교수 역시 인기 저자이고 강연자라는 점에서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자기비판의 칼날을 빼들었다.

그는 학생을 제자가 아닌 수강생으로 대해 왔고,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보다 처세술을 가르쳤다고 고백했다. 학생들의 잘못을 꾸짖지 않고 방관하거나 학기를 마칠 때까지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 등도 모두 잘못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개인적인 연구 실적만 중시하고 가르치는 일은 뒷전에 미뤄온 것, 교수는 ‘현자(賢者)’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학생의 창조적 생각을 존중하는 대신 교수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려 한 것 등도 언급했다.

학생의 학습보다 교수의 연구자료 수집을 위해 과제를 내준 것, 학생의 창의적 아이디어나 자료를 교수의 학술자료로 활용해온 것, 교수 사이에 서열과 신분을 지나치게 중시해 비정규직 교수를 동료로 인정하고 배려하지 못한 것도 반성 목록에 담았다.

이 교수는 27년간 직장생활을 해오며 50대에 공부를 시작해 박사 학위를 받은 ‘만학도’이기도 하다. 대전대 교수를 거쳐 올해부터 국민대 교양과정부 교수로 재직 중인 이 교수는 교수법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는 “스승의 날에 꽃 한 송이 달아주지 않는 제자들이 야속할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그런 기대를 접고 교수로서 내 모습을 되돌아보기 위해 반성문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교수는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고 창조적인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반성문에 대해 대학가의 반응은 뜨거웠다. 학생들은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교수들도 동의를 표했다. 황소희(25·여·연세대 대학원)씨는 “학생들이 고민 상담을 하러 찾아왔을 때 바쁘다고 핑계를 댔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진짜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했다”며 “교수가 반성문을 썼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신정민(24·여·사회학4)씨는 “그동안 학생들은 교수님을 학점을 주는 사람으로만 대했던 것 같다”며 “이번 스승의 날에는 용기를 내서 교수님께 꽃 한 송이 드려야겠다”고 답했다.

교수들도 이 교수의 페이스북에 ‘함께 반성한다’ ‘고민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일부 교수는 ‘직장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교수 현실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상지대 정대화(교양학부) 교수는 “대학의 현실은 교수뿐 아니라 교육 당국도 반성할 부분이 크다”며 “학교에 따라 교수를 직장인이나 장사꾼으로 내모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