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열풍의 그늘… 車보다 비싼 수천만원대 자전거 급증
입력 2013-05-13 18:16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김모(47)씨는 지난 5일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실수로 구조물에 부딪쳐 서스펜션 포크가 휘어졌다. 지난해 말 500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고급 자전거였다. 자전거 수리점에 갔더니 직원은 “고급 자전거엔 고급 부품을 써야 한다”며 수입 부품을 권했다. 수리비는 모두 130만원. 김씨는 “요즘 자전거 부품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황당해했다.
불황에도 자전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의 A자전거동호회는 회원 3600여명 중 20%가 시가 100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500만∼600만원대 자전거 소유자도 30%나 된다. 게다가 ‘자전거 사고’ 처리 비용은 웬만한 자동차 수리비를 크게 웃돌기도 한다.
자전거 업계에 따르면 1000만원대 자전거는 프레임 교체에만 500만∼600만원이 든다. 티타늄이나 카본 소재 프레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브랜드 ‘린스키’ 프레임은 980만원이다. 프레임 다음으로 비싼 구동계(변속기, 크랭크 등) 부품 가격도 비싼 것은 수백만원을 줘야 교체할 수 있다.
자전거는 특성상 사고 때 2∼3가지 계통의 부품이 동시에 망가진다. 수리하려면 계통별로 부품을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싼 자전거는 수리비가 크게 치솟는다. 자전거 애호가들 사이에선 “프레임이 망가지면 수리하느니 차라리 자전거를 바꾸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는 해마다 증가해 2007년 8721건, 2009년 1만2532건, 2011년 1만2121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카페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는 수리비 고민이 줄을 잇는다. 한 회원이 “변속기 줄 하나 바꾸는 데 6만원이 들었다”고 하자 다른 회원은 “장비 몇 개 바꾸니 150만원이 그냥 나갔다”고 한탄했다. 강남송파자전거연합’ 동호회 운영자 채경묵(51)씨는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공임을 투명화하는 게 시급하며 몇몇 브랜드의 부품 독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자전거 보험 사기도 등장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승용차와 부딪힌 후 “1300만원짜리 자전거가 망가졌다”며 보험금 520만원을 타낸 A씨(40·자영업)를 검거해 여죄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17일 압구정동에서 갓길에 서 있던 B씨의 그랜저 승용차와 부딪힌 뒤 수리를 요구했고 B씨는 보험 처리로 520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A씨의 자전거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