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10대들 훈계하다 한 대 쥐어박았는데… 프로농구 선수 폭행혐의 입건
입력 2013-05-13 18:16
놀이터에서 중·고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선뜻 다가가 나무랄 수 있는 어른, 요즘 몇이나 될까.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이현호(33) 선수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어른의 책임’을 다하려던 그는 경찰에 형사입건되고 말았다.
이 선수는 12일 오후 8시쯤 아내, 5살난 딸과 함께 외식을 하고 돌아와 서울 목동 집에 들어가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녀 중·고생 5명을 발견했다. 남학생들은 오토바이에 올라앉아 굉음까지 내고 있었다. 이 선수는 가족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한 뒤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학생이 담배 피우면 되냐.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러우니 다른 데 가서 놀라”며 나무랐다. 키 192㎝, 체중 95㎏의 이 선수에게 돌아온 건 ‘겁 없는 10대’들의 욕설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 선수에게 “아저씨, 그렇게 돈 많아? 돈 많으면 때리든가”라고 대들었다. 중·고생들의 계속된 욕설에 화가 난 그는 A양(17) 등 2명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한 차례씩 때렸고, 학생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와 학생들은 파출소에 갔고 곧 학생 3명의 부모들이 도착했다. 이들은 “내 아이가 잘못했다. 어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다. 한 부모는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들한테 훈계하는 어른이 어디 있느냐. 고맙다. 내 아이가 다시 이러면 또 혼내 달라”고까지 했다.
문제는 부모가 오지 않은 다른 두 학생이었다. 보호자가 도착하지 않아 경찰서로 인계된 2명은 “이 선수의 처벌을 원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나중에 연락이 닿은 그 부모들도 같은 의견을 밝혀 이 선수는 결국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3일 정황을 감안해 이 선수를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즉결심판 처분으로 마무리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이게 경찰에 입건될 일인가” “오히려 상을 줘야 한다” 등의 글이 쇄도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