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문희상의 ‘사자성어’ 선물

입력 2013-05-13 18:09


민주당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각별한 ‘유종의 미’가 화제다. 문 전 위원장은 지난 4일 전당대회를 마친 후 만찬에 참석한 전임 지도부 15명에게 서예 글귀를 선물했다. 4개월간 매일 회의에서 얼굴을 맞댄 비대위원과 주요 당직자들이다. 직접 쓴 것도 정성이었지만 15명이 받아든 한지에는 제각기 다른 ‘사자성어’가 씌어 있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을 받았다. ‘스스로 쉬지 않고 줄곧 힘쓰라’는 뜻인데 공교롭게도 박 원내대표는 새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을 맡게 됐다. 정성호 전 수석대변인은 ‘공평무사’(公平無私)를, 당직인사에서 유임된 박용진 대변인은 ‘괄구마광(刮垢磨光)’을, 새로 대변인에 임명된 배재정 전 비대위원은 ‘유능제강(柔能制剛)’을 받았다. 김한길 대표 측근인 정 전 대변인은 “당을 위해 사심 없이 조언하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솔직한 ‘감상평’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때를 벗기고 닦아 광채를 낸다는 의미”라고 흐뭇해했고, 배 대변인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인데 어떤 의미로 이 글귀를 주셨을까”라고 기자에게 웃으며 반문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받은 홍익표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도 이 글귀를 전할 만큼 좋아하는 글귀라고 하더라. 정치의 기본은 신뢰라는 가르침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문 전 위원장은 13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함께 일한 이와 헤어질 때마다 붓글씨를 선물한 게 10년은 된 것 같다”며 “그분의 특징이나 약간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으면 하는 내용을 담은 사자성어를 고른다. 재주가 뛰어난데 좀 삼가라는 뜻의 ‘광이불요(光而不耀)’ 같은 게 그 예”라고 했다. ‘광이불요’를 써 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비밀”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