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尹 만취 사실 알고 전화 더 이상 안받은 듯
입력 2013-05-13 18:06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 바(bar)에서 1차 성추행이 있은 7일(현지시간) 밤부터 2차 성추행이 발생한 8일 아침까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행적은 명확하지 않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피해자 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8일 자정 무렵 숙소인 페어팩스호텔로 들어간 뒤 이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 여러 차례 피해여성 인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가 잠이 들어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해 어떤 용무로 윤 전 대변인이 전화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차 성추행 사실과 술에 만취했던 점을 감안하면 방으로 오라거나 추가로 술을 마시자 는 등의 얘기를 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8일 자정 무렵 숙소로 들어온 윤 전 대변인이 다시 목격된 것은 오전 1시30분쯤 페어팩스 호텔 내 청와대 상황실. 그는 이곳에서 직원들과 잠시 술자리를 한 뒤 2시 넘어 상황실 밖으로 나갔다. 이후 오전 4∼5시 호텔 앞에서 몸이 비틀거릴 정도로 취한 모습이 다시 목격됐다.
약 2시간 이상 어디에선가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워싱턴DC에서 오전 2시 이후에는 주점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는 점에서 자신의 방에서 술을 마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피해자가 최소한 1차례 이상 전화를 받은 뒤 만취사실을 알고 이후부터 전화를 의도적으로 받지 않은 게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일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오전 4시가 넘어 호텔 앞에서 피해 여성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며 “들어갔더니 술 냄새가 진동하고…”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
오전 5시 이후에도 두 차례 A씨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나오며 6시 넘어 “일할 게 있다. 서류를 가져오라”는 전화를 듣고 윤 전 대변인의 방으로 갔다는 게 A씨의 진술이다.
A씨와 같은 방을 썼던 한국문화원 여직원이 미 경찰에 직접 신고한 것도 ‘2차 성추행’ 사실을 들은 것뿐 아니라 이날 새벽 잇따라 전화가 오는 등 ‘황당한’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